[칼럼] 동맹의 무게와 국익의 가치⸱⸱⸱일본식 ‘굴욕 딜’은 잊어라

백도현 기자

| 2025-07-29 20:44:18

한미 통상협상이 종착역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국내 언론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일본의 협상 사례를 기준 삼아 조속한 타결을 종용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러스트=예결신문)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한미 통상협상이 종착역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국내 언론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일본의 협상 사례를 기준 삼아 조속한 타결을 종용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본이 합의한 상호관세 15%를 협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이를 상회할 경우 실패한 외교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하지만 이는 그 이면에 숨은 막대한 비용과 국익의 가치를 간과한 무지한 접근이다. 일본이 협의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대가는 참혹할 정도다. 일본은 관세 인하를 위해 55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게다가 이 자금은 일본이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일 합자 투자 펀드에 귀속돼 투자 이익의 90%를 미국에 재투자해야 하는 독소 조항까지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보잉 항공기 대량 구매와 농축산물 시장의 전면적 개방, 무기 수입 확대 및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 참여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했다. 이는 일방적 종속이다. 일본이 이번 관세 인하로 얻게 될 기대 이익이 약 150억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76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하고도 이자조차 보전하지 못하는 굴욕스러운 계약 구조를 선택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식 모델을 추종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의 전략적 자산과 협상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약화된 일본과 달리 미국이 해양 패권 재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공급망과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고리를 쥐고 있다.

미국의 군함 재건과 해상 풍력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제안한 MASGA 프로젝트는 한국이 유일한 파트너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는 우리가 협상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현재 한국에 4000억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를 요구하며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과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압박하는 등 우방국 간의 통상 규범을 벗어난 강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 내부에서조차 차라리 고관세를 맞는 것이 낫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일본처럼 국부를 유출하는 계약을 맺느니 그 자금을 국내 산업의 체질 개선과 기술 고도화에 투입하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특정 시한을 정해두고 타결만이 유일한 해법인 양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는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때로는 협상 결렬을 각오하고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으며, 정당한 거절은 외교적 실패가 아니라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주권의 행사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정치권과 언론은 일본의 굴욕적인 합의를 성공 사례로 둔갑시키는 자해적 논리를 멈추고 정부가 통상 압박에 맞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은 동맹의 가치에 부합하는 상호 존중과 실리적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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