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시장 혁명] ㊤ '쪼개기 상장 금지'가 의미하는 것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 2026-03-20 16:20:48

'알토란' 빼가는 물적분할 후 중복 상장 '원칙적 금지' 선언
92개 재벌 집단 1000조원대 중복 상장⸱⸱⸱미국의 400배
'해외 현지 상장' 신종 '꼼수'도 차단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자본시장 4대 개혁'은 국내 자본 시장의 고질적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제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에 진입했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용대 칼럼니스트]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자본시장 4대 개혁(▲시장질서 확립을 통한 신뢰 회복 ▲주주 권리 존중과 확대 ▲자본시장 혁신 ▲국민 접근성 제고)'이 시장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자본 시장의 고질적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인데 이번 조치로 이제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조치의 백미는 '쪼개기 상장 원칙적 금지'다. 이는 자본 시장의 룰을 바꾸는 일종의 '혁명'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물적분할이라는 이름의 기만적 관행에 종지부
그간 한국 자본 시장에서 '물적분할'은 투자자들에게 공포와 분노의 대상이었다. 배터리나 에너지 등 특정 사업의 미래 성장성을 담보로 투자자를 모은 뒤, 정작 알짜 사업부만 쏙 빼내 별도 법인으로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 동력을 보고 주식을 샀으나 어느 날 눈 떠보니 알맹이는 빠져나가고 가치가 하락한 '껍데기 주식'만 보유하게 되는 피해를 입어왔다. 특히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할 사례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는 좀 심하게 말하자면 '사기'다. 하지만 많은 언론은 물론이요 자칭 경제 전문가라 칭하는 이들조차 TV에 나와 "문제될 일은 아니다"며 회사 측 편을 들었다. '산업 특수성'과 '미래 비전' 등을 이유로 이미 상처받은 투자자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대못을 박았다.

글로벌 기업 '알파벳(Alphabet)'의 사례를 보자.

미국의 알파벳은 구글, 유튜브, 제미나이 등 세계를 휩쓰는 핵심 사업들을 영위하는 지주사다. 만일 알파벳이 한국 기업이었다면 이 3개 회사를 각각 상장했을 것이 확실하지만 알파벳은 의결권이 있는 'Class A'와 의결권이 없는 'Class C'로 나눴을 뿐 자회사들을 그대로 품고 있다.

이들 회사를 별도로 상장한다면 당연히 지주사의 가치는 희석되게 마련이다. 중복 상장 금지 선언은 이러한 가치 유출을 막고 기업 가치를 하나의 저수지에 가두어 재평가받게 하는 혁명적 조치인 것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은 92개이며 그 산하 계열사는 2900개가 넘는다. 대략 재벌 100개에 계열사 3000개 구조다. 이들 중 같은 식구끼리 중복 상장돼 있는 시가총액만 1000조원에 달하며 이는 미국의 400배, 일본의 5배에 이르는 비정상적인 수치다.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비교해도 10배가 넘는 수치다. 

이번 조치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기업 가치는 고스란히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더는 빈 껍데기 주식으로 가슴 칠 일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곧 자금을 더욱 증시로 향하게 만드는 중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재벌가 편법 승계 시나리오의 구조적 차단
특히 이번 조치는 재벌가의 고질적인 편법 승계 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그간 재벌들은 오너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어 덩치를 키운 뒤 이를 상장시켜 승계 자금을 마련하거나 모회사를 장악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상장 구조를 변칙적으로 활용해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도 지배력을 강화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중복 상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 이러한 우회 승계 전략은 사실상 가동이 불가능해진다.

실제로 승계 이슈가 있는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개혁안 발표 이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이번 개혁을 단순한 규제가 아닌 기업 거버넌스의 투명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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