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24년 합산 영업익 1.5조···전년比 73%↓

백도현 기자

| 2025-03-31 19:38:57

그래픽=한신평

국내 정유 4사(SK이노·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가 2024년 연결 기준 합산 영업이익 1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3.2% 하락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정유 및 석유화학부문의 실적 부진으로 업체별로 전년 대비 1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 손실이 확대되며 2023년 1조9000억원에서 작년 3000억원으로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반면 합산 순차입금은 작년 말 기준 약 50조원으로 전년 대비 15조원이 증가했다. 신규 투자가 적은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순차입금 규모가 소폭 감소했지만 비정유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배터리), S-OIL(석유화학, 샤힌프로젝트)은 외부 차입이 크게 확대됐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대규모 비정유부문 투자를 진행하는 가운데 정유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실적이 저하됨에 따라 작년 4사 합산 순차입금/EBITDA는 전년 3.3배에서 작년 5.9배로 상승했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올해에도 신규 투자가 각각 6조원, 4조원이 예정돼 재무 부담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4사의 전반적 부진은 작년 2분기부터 수급 여건이 저하된 탓이다. 경기 침체와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다. 올해 또한 중국 경기 부진, 미국과 유럽 시장의 수요 정체 등으로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올해와 내년 예상 연간 증설 규모가 2022~24년 대비 줄어들고 미국, 유럽 등에서 노후 정제설비 폐쇄와 중국의 소규모 정제설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수요공급 매칭은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 정책이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면 글로벌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서다. 

다만, 미국 에너지 자립 강화, OPEC+의 공급 영향력 감소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 시 중장기적인 석유제품 수요 개선, 운전자금 부담 축소 등은 수급여건과 재무구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한신평

■ SK이노베이션, ’24년 매출액 74조7170억·영업이익 3155억···전년比 3.3%·83.4%↓
SK이노베이션은 작년 매출액 74조7170억원, 영업이익 3155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3.3%, 83.4% 줄었다. 부채비율은 작년 178.8%로 전년 169.3%에서 다소 상승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미국, 서유럽 및 한국 등 주요 시장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대규모 투자는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내 포드 합작 공장(올해 켄터키 37GWh, 내년 테네시 45GWh), 현대차 합작 공장(내년 35GWh) 등 내년까지 신규 공장 가동 예정에 따라 고정비 부담이 확대될 예정이다. 

미국지역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증가할 경우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정부 정책에 따라 변동 폭도 커진다는 불안정성도 있다.

옛 SK E&S 차입금 이관 등으로 차입 부담이 확대된 SK이노는 작년 말 순차입금 약 31조원으로 그중 SK온 비중이 약 65%(약 20조원)나 된다. 다만 미국 배터리공장 투자가 상당 부분 완료돼 내년부터 투자 규모는 축소(‘24년 10조원→내년 약 6조원)된다.

여기에 SK E&S 흡수합병으로 현금창출력이 강화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SK온의 배터리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신용도 부담이 상승할 경우 SK이노에도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전망이다.

■ GS칼텍스, ’24년 매출액 47조6142억·영업익 5480억···전년比 2.0%·67.4%↓
GS칼텍스는 작년 매출액 47조6142억원, 영업이익 5480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0% 소폭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67.4%나 줄었다. 부채비율은 76.9%로 전년 80.2%에서 오히려 줄며 4사 중 가장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GS칼텍스는 올레핀 제품의 수급 부진으로 MFC(Mixed Feed Cracke) 설비 투자 성과 창출 및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또 작년 하반기 이후 PX 등 방향족 제품의 수급여건 및 스프레드도 저하됐다. 이에 석유화학부문 영업이익은 2023년 3385억원에서 작년 821억원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올해 이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MFC 투자효과와 신규 사업의 다각화 추진이 예정돼 동종업체 대비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보일 전망이다

■ 에쓰오일, ‘24년 매출액 36조6370억·영업익 4222억···전년比 2.5%↑·68.8%↓
에쓰오일은 작년 매출액 36조6370억원, 영업익 4222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은 2.5%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8.8%나 축소됐다. 부채비율 또한 전년 138.7%에서 작년 181.2%로 크게 뛰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 대구모 투지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까지 에틸렌 기준 연간 180만톤의 생산능력 확보를 진행 중으로, 총투자비 약 9조원의 약 71%는 자체 조달, 약 29%는 외부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재무 부담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최대주주 아람코의 지원으로 재무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비정유 부문(올레핀) 투자 효과 전망이 어두운 점은 부정적이다. 신규 투자가 집중된 올레핀 제품의 수급여건 부진이 장기화할 전망이어서다.

아람코의 재무적 지원에도 투자 자금 소요와 외부차입 확대, 정유부문의 실적 부진, 올레핀 투자 기대 효과의 변동성 등은 부담 요인이다.

■ HD현대오일뱅크, ’24년 매출액 30조4685억·영업익 2580억···전년比 8.4%↑·58.2%↓
HD현대오일뱅크는 작년 매출액 30조4685억원, 영업익 258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매출액은 8.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8.2%나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236.0%로 전년 202.4%에서 대폭 늘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규모 HPC 투자, 유가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으로 차입부담이 확대됐다. 다만 작년 HD현대아로마틱스 지분 50% 확보(1450억원) 및 흡수합병 과정에서 기존 차입금 이관(2023년 말 HD현대아로마틱스 순차입금 2172억원) 등에도 운전자금 개선, 투자 감축 등으로 순차입금은 소폭 축소(2023년 8.8조원→2024년 말 8.6조원)됐다.

총 3조4000억원이 투자된 HPC 설비는 올레핀 제품 업황 부진으로 투자 성과가 지연되는 점은 부담이다. 주력 사업인 정유부문의 수익성도 저하되면서 8조원 이상의 순차입금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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