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2026 예산 분석 下] 세입 기반 흔들리는데⸱⸱⸱말뿐인 '긴축', 씀씀이는 ‘역대급’

김지수 기자

kds7@biznews.or.kr | 2025-12-13 19:33:51

첨단산업국 6576%·청년산학국 2016% 폭증⸱⸱⸱"검증 부족한 묻지마 증액"
시의회 "돈 쌓아두고 또 달라니"⸱⸱⸱잉여금 관리 부실 질타
"구조조정 없는 양적 팽창은 독(毒)"⸱⸱⸱재정 건전성 '적신호'
부산광역시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건전 재정'과 '미래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13일 예결신문이 분석한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보고서와 회의록에 따르면 이 같은 화려한 청사진 뒤에는 위태로운 재정 현실과 모순된 예산 편성이 도사리고 있었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부산광역시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건전 재정'과 '미래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13일 예결신문이 분석한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보고서와 회의록에 따르면 이 같은 화려한 청사진 뒤에는 위태로운 재정 현실과 모순된 예산 편성이 도사리고 있었다.

17조9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안은 겉으로는 '글로벌 허브 도시'를 향한 담대한 투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세입 절벽 앞에서 빚을 내서라도 몸집을 불리는 '도박'에 가깝다는 지적이 시의회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 세수 펑크 경고등 켜졌는데…'가속 페달'만 밟나
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뇌관은 '불확실한 세입'과 '확정된 지출' 사이의 괴리다. 시는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한 지방세 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일반회계 지출을 전년 대비 8.2%(1조866억원)나 늘리는 강수를 뒀다.

지난 4일 열린 예결위 심사에서 김창석 위원은 이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김 위원은 "세입 여건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 예산 총액만 늘리는 것은 재정 건전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들어올 돈은 줄어드는데 쓸 돈을 역대 최대 폭으로 늘린다는 것은 결국 지방채 발행을 늘리거나 기금을 헐어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뜻이다. 이는 당장의 성과를 위해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을 늘리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조상진 예결위원장 역시 심사를 마무리하며 집행부의 안이한 재정 인식을 질타했다. 조 위원장은 "단기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사업을 무리하게 확대하거나 추경을 전제로 본예산을 헐겁게 짜는 관행은 중장기 재정 안정성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경고했다. 

■ 2000~6000% 폭증…통제 불능의 '예산 쏠림'
'미래 투자'라는 이름의 기형적인 예산 배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심사보고서 데이터를 보면, 특정 국·실의 예산이 상식 수준을 넘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정황이 포착된다.

가장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한 곳은 '첨단산업국'이다. 해당 국의 2026년 예산안은 3038억원으로, 2025년 당초 예산(46억원) 대비 무려 6576%라는 비현실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청년산학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전년도 243억원에 불과했던 예산이 5144억원으로 2016% 수직 상승했다.

물론 조직 개편에 따른 업무 이관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조 단위의 재원이 검증이 부족한 신규 사업이나 선심성 지원 사업에 살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시의회 전문위원실조차 검토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급격한 증액이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부실하게 만들 수 있음을 지적했다. '디지털경제실' 예산 또한 1000억원 이상(108%) 증액됐으나,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이나 실효성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선행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재정 규율이 무너진 '방만 편성'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 "있는 돈도 못 쓰면서"…반복되는 '순세계잉여금' 논란
정작 확보한 예산도 다 쓰지 못하는 '행정 비효율' 문제도 심각하다. 운영위원회 송우현 부위원장은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에서 시의 '순세계잉여금(집행 잔액)' 과다 발생 문제를 꼬집었다.

송 부위원장은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이 다 쓰이지도 못하고 불용 처리되거나 다음 해로 이월되는 상황에서 2026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이는 예산 편성 단계에서 사업의 집행 가능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일단 '따내고 보자'는 식의 관행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돈을 쥐여줘도 쓸 능력이 부족한데 예산만 늘려 잡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시는 "경상 경비를 줄여 효율성을 높였다"고 자평하지만, 정작 사업 예산 관리에서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방증이다.

■ 보여주기식 홍보비·관행적 용역…줄줄 새는 혈세
이뿐만이 아니다. 긴축을 외치면서도 홍보성 예산이나 관행적인 용역비는 여전히 건재하다. 부서별로 산재한 홍보 예산은 통합적인 관리 없이 중복 편성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구체적인 산출 근거 없이 '일단 잡고 보는' 식의 깜깜이 예산도 여전하다.

대표적으로 기획관실은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주요 시정정책 홍보비' 5000만원을 편성했다. 이미 대변인실 등 홍보 전담 부서에 36억원 규모의 홍보비가 있음에도 구체적인 매체나 단가 산출 근거조차 없이 예산을 중복 요구한 것이다. 시의회 전문위원실조차 "산출 기초가 불명확한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편성"이라고 꼬집었다.

관행적인 용역비 낭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매년 수천만원이 투입되는 '지하안전관리계획 수립 용역'의 경우, 260페이지에 달하는 결과 보고서가 전년도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내용은 '복붙' 하면서 예산만 꼬박꼬박 타가는 도덕적 해이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매년 반복되는 학술 연구 용역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년도 결과물과 대동소이한 보고서를 납품받으면서도 수천만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복붙'식 행정이 근절되지 않았다. 시의회는 이러한 낭비성 요인을 찾아내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집행부의 자료 제출 미비 등으로 인해 검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지방 재정 전문가는 "2026년 부산시 예산안을 뒷받침할 재원은 불안정하고, 지출의 쏠림 현상은 위태롭다"며 "시의회의 뼈아픈 지적처럼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과 세밀한 세입 추계 없는 양적 팽창은 부산시 재정에 독(毒)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역대 최대 예산이 아니라, 한 푼의 세금도 허투루 쓰이지 않는 효율적인 예산이다. 예결위의 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들이 본회의 의결 전까지 얼마나 수정·보완될지, 시의회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330만 부산 시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자료=부산시

■ 출처
• 2026년도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예산안
•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 제332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및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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