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르네상스의 명암 ②] K-원전, 재무 리스크와 SMR의 불확실한 경제성 '숙제'
백도현 기자
livekmin@hanmail.net | 2025-08-09 16:59:41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글로벌 원전 시장의 장기 정체 속에서도 한국은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하지만 원전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비용과 수주 공백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국내 원전 기업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특히 차세대 기술인 소형모듈원자로(SMR) 역시 상용화와 경제성 입증이라는 문제에 맞닥뜨렸다.
■ UAE 바라카 원전 충당금과 한국전력의 부실한 재무 건전성
9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전 생태계의 중심인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상태는 해외 원전 사업 관련 비용 발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은 UAE 바라카 원전 공사 지연 및 설계 변경과 관련해 약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를 재무제표에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이는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원전 수출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지만 건설 과정에서의 분쟁이나 지연에 따른 리스크가 재무 건전성에 즉각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원전 건설은 일반 플랜트와 달리 공기가 길고 안전 규제가 수시로 강화되는 특성이 있어 초기 계약 시 산정한 예산을 초과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핀란드와 미국에서 발생한 공사비 폭증 사례가 한국의 해외 원전 사업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수주 공백기' 두산에너빌리티, 사업 구조 전환
국내 최대 원전 기자재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8조3000억원, 영업이익 27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다소 감소한 수치로 기존의 대형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들이 종료 단계에 접어들며 외형이 축소된 영향이 컸다.
원자력과 가스터빈 중심의 고부가가치 수주 잔고가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2025년 연간 에너빌리티 부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석탄 화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체코 원전 등 신규 대형 프로젝트의 본계약 체결과 적기 착공 전까지는 실적 변동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작 금융 비용 상승과 원자재 가격 부담 역시 기자재 업체들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SMR 상용화의 걸림돌인 높은 발전단가⸱⸱⸱실효성 논란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SMR(소형모듈원자로)은 대형 원전의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등장했다.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 조립함으로써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SMR 프로젝트들의 추정 발전원가는 대형 원전보다 높거나 유사한 수준이다. 소규모 용량의 특성상 경험을 통한 단가 하락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인허가 과정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서다.
정부는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실제 상용화 시점은 2030년대 이후로 예상된다. 그사이 재생에너지는 더 빠른 속도로 단가를 낮추며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 저장 장치(ESS)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원전의 기저부하 역할을 재생에너지가 분담하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기술적 진보가 반드시 파격적인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SMR은 상업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국내 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SMR의 한계에 대해 "SMR은 대형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경제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며 "지을수록 단가가 올라가는 원전 특유의 비용 역행 구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미 단가 하락 곡선을 탄 재생에너지와 ESS 결합 모델을 이기기 어렵다. 기술적 가능성만으로 시장의 선택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세계 원전 산업 보고서(WNISR)의 마이클 슈나이더(Mycle Schneider) 역시 SMR의 상업화 가능성에 대해 "현재는 오직 종이 위에만 존재한다(Exist only on paper)"는 회의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SMR은 설계 단계에서는 완벽해 보일지 모르나 실제 건설 현장에서 마주할 규제와 비용 증액 문제는 대형 원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철회되거나 지연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생산 전력의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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