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24 결산 上] 50조 시대의 '두 얼굴'⸱⸱⸱곳간엔 2.5조 쌓였는데 '기후동행카드'는 적자 늪

김지수 기자

kds7@biznews.or.kr | 2025-12-18 15:19:00

'24년 세입 49조2528억, 세출 46조7814억⸱⸱⸱잉여금 2.4조 '역대급 불용'
기후동행카드 누적 손실 4000억 육박⸱⸱⸱시의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질타
TBS 지원 조례 폐지 후폭풍⸱⸱⸱"출연금 0원, 자산 정리도 못 해"
재정 리스크 현실화 순세계잉여 4463억 발생⸱⸱⸱"보수적 세수 추계와 집행 부진이 낳은 행정 편의주의"
서울의 살림살이가 세입 결산 기준 50조원에 육박하는 '메가 예산' 시대를 열었다. 외형적으로는 글로벌 메가시티에 걸맞은 웅장한 재정 규모를 과시했지만, 그 내막엔 '방만'과 '부실'이 공존했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살림살이가 세입 결산 기준 50조원에 육박하는 '메가 예산' 시대를 열었다. 18일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24회계연도 결산 승인안'에 따르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친 총세입은 49조2528억원, 총세출은 46조7814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외형적으로는 글로벌 메가시티에 걸맞은 웅장한 재정 규모를 과시했지만, 그 내막엔 '방만'과 '부실'이 공존했다. 막대한 세금을 걷어들이고도 정작 시민을 위해 제때 쓰지 못하고 금고에 남겨둔 '결산상 잉여금(잔액)'이 2조4714억원에 달하는 비효율이 발생한 반면,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기후동행카드' 등에서는 천문학적인 적자가 발생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 기후동행카드, 월 200억씩 까먹는 하마
이번 결산 심사의 최대 쟁점은 단연 교통 복지의 상징인 기후동행카드였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행정사무감사와 결산 심사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운송 손실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시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후동행카드 사업 시행 21개월 만에 누적 손실액은 3822억원에 육박했다. 사업 초기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저감하겠다"던 포부는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파탄을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되돌아왔다.

특히 2024년 들어 적자 폭이 급증한 점이 심각하다. 시행 첫해 월평균 130억원 수준이던 손실액은 작년 월평균 229억원으로 65% 이상 폭증했다. 이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시가 메워야 할 적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를 띠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이병도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은평2)은 결산 심사와 5분 발언 등을 통해 오 시장의 재정 운용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보여주기식 치적 사업에는 수천억 원의 혈세를 쏟아부으면서, 정작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의료 예산이나 돌봄 예산은 삭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기후동행카드는 국비 지원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요금 현실화나 근본적인 재원 조달 대책 없이 시민 혈세로 무한정 적자를 보전하는 방식"이라며 "이는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으로 현재의 생색을 내는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사업 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 재정을 갉아먹는 '밑 빠진 독'이 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재정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자료=서울

■ 'TBS 지원 0원'이 남긴 흉터와 청구서
2024년은 'TBS(교통방송) 지원 조례 폐지'가 현실화되며 시 미디어 정책의 흑역사로 기록된 해였다. 시 출연금이 '0원'이 되면서 발생한 혼란은 고스란히 상처로 남았다.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결산 심사장에서는 "지원은 끊었는데 자산 정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TBS는 상업 광고 불허와 방송발전기금 삭감이라는 이중고 속에 사실상 식물 방송국으로 전락했다. 문제는 TBS의 부실이 시의 우발채무로 전이될 가능성이다.

김기덕 시의원(더불어민주당, 마포4)은 이와 관련해 시의 무책임한 행정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TBS 지원 폐지 조례안 통과 과정에서부터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이번 결산에서도 "지원은 끊었는데 남겨진 자산 정리는 어떻게 할 것이며, 직원들의 체불 임금과 퇴직금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TBS가 폐국 위기에 몰리면서 발생한 청산 비용과 각종 법적 분쟁 비용은 결국 설립 주체였던 서울시가 짊어져야 할 우발채무가 될 수 있다"며 "정치적 논리로 급격하게 추진된 지원 중단이 재정적으로는 더 큰 청구서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따지는 결산을 넘어, 정책 결정의 책임성을 묻는 뼈아픈 대목이다.

■ 2.5조 잉여금 논란⸱⸱⸱"예측 실패인가, 무능인가"
기후동행카드가 적자로 쩔쩔매는 동안 시의 다른 주머니에서는 돈이 넘쳐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2024년 결산 결과 발생한 결산상 잉여금은 2조4714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일반회계 순세계잉여금만 4463억원이다.

최재란 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울시가 예산에 대한 계획성이 부족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집행해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정확하지 못한 사업 수요 예측으로 인해 막대한 결산상 잉여금이 발생했다"며 "이는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사업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최 의원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과 서민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데, 시청 금고에 수조 원의 돈을 쌓아두는 것이 오세훈 시장이 말하는 '약자 동행'이냐"며 집행부의 무사안일주의를 성토했다. 특히 특별회계에서도 공기업 하수도사업(1978억 잔액), 수도사업(2272억 잔액) 등 대규모 잉여금이 발생한 점을 들며 상하수도 요금 인상 논의에 앞서 방만한 재정 운용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서울시 2024회계연도 결산 승인안
• 결산서첨부서류
• 시의회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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