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사업이라더니 혈세만 1200억"⸱⸱⸱오세훈표 '한강버스', 침몰하는 '세금 둥둥섬' 되나
신세린 기자
beluga23@naver.com | 2025-12-23 10:16:34
[예결신문=신세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4선 임기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한강버스'가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당초 500억원 수준이라던 사업비는 그 세 배인 1500억원대로 폭증했고, 민간 투자 사업이라는 포장을 뜯어보니 실상은 서울시와 SH공사의 공공자금으로 연명하는 기형적 구조임이 드러났다.
특히 SH공사가 사업체에 제공한 수백억원대 대출이 무담보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배임 소지까지 일고 있다.
■ 500억이 1500억으로⸱⸱⸱'고무줄 사업비'의 미스터리
서울시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내세운 한강버스는 도입 초기부터 예산 낭비 지적을 받아왔다.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업비다. 당초 500억원 규모라던 사업비는 현재 약 1500억원에 달한다. 3배가 뛴 셈이다.
어제(22일) 오마이뉴스와 민주당 서미화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강버스 사업에 소요된 비용은 1487억원. 그러나 수입은 고작 104억원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1379억원의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수익성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무리한 치적 쌓기를 위해 비용 축소 후 사업을 강행한 뒤 예산을 증액하는 전형적인 '꼼수'를 부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 이름만 '주식회사', 실상은 '혈세 주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식회사 한강버스의 자금 조달 구조다. 겉으로는 민관 합동 사업처럼 보이지만, 자금 출처를 뜯어보면 사실상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 떠받치고 있는 '무늬만 민간사업'이다.
전체 투입 자금 중 공공자금(서울시+SH공사)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6.7%(약 1206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H 출자금 51억원 ▲SH 대여금 876억원 ▲친환경 선박 보조금 47억원 ▲시 인프라 구축비 232억원 등이다.
반면, 실제 민간 사업자인 '이크루즈'가 출자한 금액은 49억원, 전체의 2.8%에 불과하다. 은행 대출 500억원(28.5%)을 제외하면, 민간 기업은 쥐꼬리만한 자본을 태우고 서울시와 SH공사가 1200억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부어 판을 깔아준 셈이다. 이는 "민간의 효율성을 활용한다"는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것으로, 수익은 민간이 챙기고 위험은 공공이 떠안는 기형적 구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SH공사의 876억 '무담보 대출'⸱⸱⸱배임 뇌관 건드리나
이 과정에서 SH공사의 역할은 더욱 석연치 않다. 주거 안정을 주 목적으로 하는 SH공사가 본연의 업무와 거리가 먼 수상 운송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것도 모자라 876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주식회사 한강버스에 대여해줬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거액의 대출이 무담보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신생 법인에 담보도 없이 천문학적인 돈을 빌려준 것은 일반적인 금융 상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명백한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한강버스 사업이 실패해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해질 경우, 그 손해는 고스란히 SH공사, 나아가 서울 시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SH공사가 무리하게 동원된 것이 아니냐는 '외압 의혹'까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오 시장은 4선 시장으로서 '한강 르네상스'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연료가 시민의 혈세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민간 자본 2.8%가 참여한 사업에 공공자금 66.7%를 투입하고 공기업이 무담보로 돈을 대주는 사업을 과연 정상적인 '투자'로 볼 수 있을까.
침몰하는 것은 한강버스가 아니라 '재정 건전성'과 '행정 신뢰'다. 오 시장은 SH가 주식회사 한강버스에 무담보 대출을 해준 이유와 배임죄 소지가 있다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의 추궁에 "법적으로 받을 방법이 있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서울시는 1500억원으로 폭등한 사업비의 내역과 SH공사의 무담보 대출 결정 배경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강버스는 오 시장의 치적이 아닌, 두고두고 회자될 '세금 낭비의 기념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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