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스의 재림인가 판도라의 상자인가⸱⸱⸱'에이전틱 AI'의 명암

김민준 기자 / 2026-02-24 18:28:44
자율적 행동권 부여받은 '비서형 AI'의 등장과 권한 남용의 위험성
바이브 코딩이 불러온 보안 공백과 소프트웨어 시장의 근본적 체질 변화
기술 가속주의와 규제 사이의 충돌 속 국가적 대응 전략의 부재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사용자의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기술 생태계의 화두로 부상했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진보는 통제 불가능한 보안 위험과 시장 파괴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사용자의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기술 생태계의 화두로 부상했다. 과거의 생성형 AI가 브라우저 창에서 질문에 답하는 수준이었다면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금융 계좌 권한을 부여받아 항공권을 예매하거나 메일을 작성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을 대행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진보는 통제 불가능한 보안 위험과 시장 파괴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 에이전트 간 소셜 네트워크가 드러낸 통제 불능의 징후
최근 AI 에이전트들이 가입해 활동하는 SNS '몰트북'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에이전틱 AI의 위험성을 보여주었다. 인간의 개입 없이 AI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들은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암호를 만들어 대화하거나 자신들만의 종교를 만들자는 논의를 하는 등 예측 범위를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

특히 '바이브 코딩(Vibe Coding)'으로 명명된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보안의 허점이 드러났다. 바이브 코딩이란 인간이 직접 프로그래밍 코드를 짜지 않고 AI에게 자연어로 지시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개발 문턱을 낮추긴 했으나 보안 점검 능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로 최근 에이전트들이 기술을 공유하는 '클로허브' 사이트에서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탈취하거나 결제 권한을 뺏어가는 악성 파일이 1184개 발견되기도 했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어제(23일) 한 방송에서 "에이전틱 AI는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다. 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모두 주고 컴퓨터 파일과 소프트웨어를 마음대로 쓰게 하는 구조"라며 "질문하고 답변을 받으면 기억이 사라지는 기존 AI와 달리 에이전틱 AI는 대화 내용을 자동으로 저장하고 학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는 편리하지만 보안이 뚫리는 순간 사용자의 모든 권한이 넘어가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소프트웨어 시장 붕괴와 '인스턴트 앱' 시대의 도래
에이전틱 AI의 영향력은 보안 문제를 넘어 자본 시장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특히 이달 초에는 엔트로픽의 '클로드'가 변호사와 회계사 업무를 보조하는 기능을 발표하자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60%가량 폭락했다. 이는 AI가 특정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직접 수행함에 따라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의 존립 기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시장의 공포가 반영된 결과다.

또한, 사용자가 앱스토어에서 앱을 찾아 설치하는 대신, AI에게 필요한 기능을 지시해 즉석에서 만들어 쓰고 버리는 '인스턴트 앱'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기술 전문가들은 이를 산업 전체의 구조적 변화로 규정한다. 100년에 걸쳐 진행된 산업 혁명과 달리 AI 전환은 10년 이내에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며 그 변화의 깊이는 과거보다 10배 이상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 의장은 "과거에는 특정 목적을 위해 앱스토어에서 앱을 검색했지만, 이제는 AI에게 앱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더 빠른 시대가 됐다"며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이러한 장르의 소멸을 상징한다. 산업 전체가 AI의 발표 하나에 무너지고 재편되는 매일매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술 가속주의와 규제 사이의 정책적 과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가속주의'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규제보다 기술 확보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개인정보 보호나 보안 정책이 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면 이를 무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국내 법제도는 급변하는 AI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보안을 강화하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고 기술 발전에만 치중하면 보안 사고의 위험이 커지는 딜레마에 놓인 것이다. 국가 인공지능 전략 수립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 진흥 사이의 명확한 정책적 우선순위 설정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철저히 하면서 동시에 최신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환상에 가깝다. 기술 발전 속도가 보안 기술이나 법제도 정비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어느 가치에 더 비중을 둘 것인지 명확한 스탠스를 취하고 국민들에게 발생 가능한 위험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민준 기자

김민준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