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회장 구속 후폭풍···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분쟁' 목전
백도현 기자
| 2025-05-30 23:37:59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앤컴퍼니가 '옥중 경영'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는 가운데 미래 전략 실행과 투자 등 굵직한 의사 결정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조희원 씨 등 형제들이 조 회장 구속을 빌미로 경영권 분쟁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형제들은 2023년 경영권 분쟁 때도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한국앤컴퍼니 경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조 회장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어제(29일) 서울중앙지법원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보석이 취소되고 구속이 결정됐다. 조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배임 및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2021년 8월 검찰에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이날 조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배임), 업무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배임수재 협의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특경법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 배임수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또 조현범 회장이 회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회사 운전 기사에게 배우자 전속 수행 직을 맡기고 회사 명의로 외제차를 구매하거나 빌려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점도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조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은 리더십 공백을 맞았다. 특히 한온시스템을 인수해 종합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조 회장의 포부가 본격화한 터라 회사 안팎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당장 지배구조 분쟁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제기한다. 2023년과 2024년 한국앤컴퍼니는 조 회장과 형제들 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위기에 빠지기도 했었다.
특히 2023년 당시 조 회장에 대한 형제들의 지배구조 분쟁의 빌미가 사법리스크였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고조된다. 당시 형제들은 조 회장이 검찰에 기소된 것을 근거로 “조 회장이 경영자로서 한국앤컴퍼니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조 회장은 유죄가 확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재판부가 조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조 회장이 경영자로서 한국앤컴퍼니의 이익을 침해한 사실도 유죄로 인정되면서 문제가 커질 전망이다.
법원은 조 회장이 지난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리한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고도 대표와 친분으로 한국앤컴퍼니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 자금을 빌려줘 회사에 130억원가량의 손해를 끼친 특경법상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형제들은 더더욱 조 회장의 그룹 리더로서의 자격 문제를 확산시킬 게 확실하다. 주주들 또한 이 문제를 면밀히 주시하는 분위기다.
실제 형제들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리더십 공백이 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우려를 표했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는 의사 진행 발언에서 "조현범 회장의 반복되는 사법 리스크로 저를 포함한 많은 주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조 회장의 사법 재판 진행 과정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그에 따른 부재의 빈자리는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다만 당시 이사회는 사법리스크는 추후 판단하겠다고 했다. 박재완 한국앤컴퍼니 감사위원회 위원장은 "자회사(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지주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검토했지만 문제점이 발견되지는 않았다"며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사법당국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형제들의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이제 공은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로 넘어갔다. 업계에서는 "이사회는 사법당국의 최종 판단을 기다렸던 만큼 이번엔 조 회장의 구속에 대해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영권 분쟁 전망은?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의 최대주주로 지분 42.03%를 쥐고 있다. 여기에 조 회장에 힘을 실어준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이 4.41%를 들고 있는 데다 조 회장의 백기사 격인 효성첨단소재가 0.78%를 보유, 총 47.22%를 확보해 지분 경쟁에선 유리한 상황이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은 2020년 6월 발생했다. 당시 조 명예회장은 자신의 한국앤컴퍼니 보유 지분 전량(23.59%)을 차남인 조 회장에게 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한 것. 뿐만 아니라 조 명예회장은 2022년 한국타이어 지분 5.67%도 조 회장에게 증여했다.
이에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에 대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조 명예회장의 이 같은 결정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결정이 이뤄졌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원을 이를 기각했다.
이후 2023년 3월 조 회장의 구속 기소로 2차 분쟁이 벌어졌다. 조 고문은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자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에 대한 공개 매수에 나섰다. 조 고문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18.93%를 들고 있었는데 지분 10.61%를 가진 조 명예회장의 차녀 조희원씨와 함께 지분 과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결국 지분 대결은 조 명예회장이 4.41% 지분율을 확보하며 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
- 1이제는 월세가 대세···공급 확대 정책에도 “수급 불균형 장기화” 전망
- 2한국 기업, 美 ESS 시장 진출 본격화···2030년 글로벌 판도 흔든다
- 3사상 첫 정부 지출 구조조정 내역 공개···행안부, 삭감 비율 '최하위'
- 4[서울시 예산 집행 점검] 48조 ‘확대 재정’의 그늘···치수·안전 사업 집행률 0~50%대 성과관리 구멍
- 5[건보 예산 집행 점검] 복지 예산 두텁지만⸱⸱⸱현금급여 상반기 집행 전년比 52% 수준, "집행력 시험대"
- 6[보건복지부 예산 집행 점검] ‘노인일자리’ 2조1847억⸱⸱⸱'양(量) 중심' 구조에 실행력은 물음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