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포커스] 정보 공유의 탈을 쓴 '금융 카르텔'⸱⸱⸱ 4대 은행 LTV 짬짜미의 전말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 2026-01-21 22:56:58
2021년 개정 공정거래법상 '정보 교환 담합' 규정 적용, 금융권 관행적 정보 공유 제재한 첫 사례
수조 원대 소송전과 금융 시장 재편 예고
[예결신문=김용대 위원]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전원회의를 통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며 대출 한도를 하향 평준화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272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 비밀 정보 7500건 공유⸱⸱⸱68조 이자 수익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7500건에 달하는 부동산 담보대출 관련 핵심 정보를 공유했다. 특히 디지털 추적을 피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메신저가 아닌 인쇄물(Hard Copy) 형태로 대면 전달하거나 구두로 소통하는 등 치밀한 은폐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정보 공유를 통해 4대 은행이 확보한 부당 이득, 즉 담보가치 하락 유도를 통한 이자 수익 규모가 약 6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산정했다.
문종숙 공정거래위원회 서비스업감시과장은 "특정 지역이나 유형의 부동산 LTV가 경쟁 은행보다 높으면 대출금 회수 리스크를 더 많이 부담하게 되므로 이를 낮추고, 반대로 낮으면 고객 이탈을 우려해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이는 시장의 자율적 경쟁을 제한하고 차주의 선택권을 박탈한 명백한 담합 행위"라고 밝혔다. 2021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직접적인 가격 합의가 없더라도 경쟁을 제한하는 정보 교환 자체를 담합으로 본다.
■ 경쟁 실종에 따른 소비자 대출 문턱 상승
4대 은행의 이 같은 정보 공유는 결과적으로 금융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전가했다. 조사 과정에서 비교군으로 설정된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부산은행 등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은행들의 평균 LTV는 4대 은행보다 7.5%~8.8%포인트 높게 형성됐다.
소비자가 4대 은행을 이용할 경우 동일한 담보물에 대해 대출 가능 금액이 수천만 원 적게 산정됐으며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고금리의 신용대출이나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풍선 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위 표에 나타나듯 하나은행이 가장 많은 87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정보 공유 과정에서의 주도적 역할이 고려된 결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각 은행이 영업점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경쟁적인 LTV 상향을 억제하고 사실상 대출 시장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물량 담합'의 성격까지 띠고 있다고 판단했다.
■ 리스크 관리 명분과 사법부 판단의 쟁점
은행권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즉각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은행 측 법률 대리인들은 LTV 정보 공유가 담합 목적이 아닌, 금융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한 '공동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유지'를 위한 금융 관행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LTV 비율은 지점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일반인도 확인 가능한 정보이며 이를 실무자 간에 확인한 것을 담합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법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김진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정책본부장은 "금융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건전성 규제가 최우선"이라며 "LTV 정보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참고용으로 활용된 것이며 실제 대출 금리나 한도는 각 은행의 독자적인 CSS(신용평가시스템)에 의해 결정된다. 공정위가 은행의 특수한 공적 기능을 간과한 채 일반적인 경쟁 논리만을 적용한 것에 대해 법원에서 명확한 법리적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2021년 12월 시행된 '정보 교환 담합' 규정의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첫 시험대인 셈이다. 기존에는 가격이나 수량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입증돼야 했으나 이제는 '경쟁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아 결과적으로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핵심이 됐다.
■ 금융권 관행적 카르텔에 대한 전방위 압박
이번 제재는 부동산 대출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 형성된 정보 공유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공정위는 향후 예금 금리, 대출 가산금리 설정 과정에서도 이와 유사한 정보 교환이 있었는지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가 가져오는 폐해를 인지하고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은행들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절박함을 이용해 손쉬운 이자 장사를 지속해왔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4대 은행은 조만간 공정위의 최종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대형 로펌을 선임해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직적인 정보 공유가 금융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소비자 편익을 침해한 약탈적 행위인지, 최종 판단은 이제 사법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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