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 2024 결산 분석] ① 과도한 '지정타'⸱'레저세' 의존도⸱⸱⸱"시민 복지 미흡"

김지수 기자

kds7@biznews.or.kr | 2025-06-22 22:46:13

2024년 시 예산 총액은 49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본예산(4581억원) 대비 약 380억원(8.3%) 증가한 수치로, 지식정보타운 조성 등 도시 개발 수요에 맞춰 몸집을 불렸으나 지정타'⸱'레저세' 의존도가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겉으로 드러난 과천시의 재정 지표는 화려하다. 예산 총액은 5000억원 시대를 목전에 뒀고 재정자립도는 경기도 최상위권을 지켰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결산서와 시의회 회의록, 그리고 시의회 질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시는 ‘지식정보타운(지정타)’ 개발 이익으로 재정의 덩치를 키웠지만, 그 과실이 정작 시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엇박자 행정'을 나타냈다.

■ 총예산 4961억, 전년比 8.3%↑⸱⸱⸱지정타 분양 수익 2800억 어디로 갔나
2024년 시 예산 총액은 49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본예산(4581억원) 대비 약 380억원(8.3%) 증가한 수치로, 지식정보타운 조성 등 도시 개발 수요에 맞춰 몸집을 불렸다. 회계별로는 일반회계 4586억원, 특별회계 375억원이다.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재정자립도는 41.71%로,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최상위권이다.

결산의 핵심은 단연 '공영개발 특별회계'다. 시는 지식정보타운 조성을 통해 재정의 덩치를 비약적으로 키웠지만, 그 이익금의 활용처를 두고 비판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최근 LH 과천사업본부 설명회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을 통해 과천시 재정의 아픈 곳을 찔렀다. 이 의원은 "과천시가 지식정보타운 내 토지 분양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만 현재까지 약 2800억원에 달한다"고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했다. 이는 과천시 일반회계 예산의 절반을 상회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실제로 2024년 결산서를 분석해 보면, 시는 이 특별회계 예산 중 약 400억원을 일반회계로 전출, 시의 전체적인 살림 규모를 키우는 데 사용했다. 문제는 이 돈이 정작 교통 체증과 기반 시설 부족으로 고통받는 입주민을 위해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지식정보타운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당연히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최우선으로 투입되어야 한다"며 "시가 수익금만 챙기고, 2단계 지하보도 연장 사업(약 550억원 소요) 등 필수 기반 시설 투자는 뒷전으로 미루는 것은 시민에 대한 명백한 배임"이라고 질타했다.

■ 마사회 멈추면 과천도 멈춘다?⸱⸱⸱'레저세'의 함정
시 재정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자 시한폭탄은 '레저세(경마세)'다. 시 자체 수입의 19.3%가 레저세에 기반한 조정교부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친 자체 수입(41.7%) 다음으로 큰 비중으로, 사실상 시 재정의 '제2의 기둥'인 셈이다. 이는 시가 기업 유치나 도시 경제 활성화를 통해 번 돈보다 사행 산업인 경마 매출에 기대어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단골 도마 위에 올랐다. 시의회 예결특위는 "지식정보타운 기업 입주가 시작되면서 법인지방소득세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마사회 의존도를 상쇄할 수준이 아니다"며 "만약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처럼 경마가 장기간 중단되는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면 시 재정은 순식간에 '식물 상태'가 될 수 있는 매우 취약한 구조”라고 경고했다. 2024년 재정자립도가 전년(45.34%) 대비 3.63%p 하락한 것 역시 이러한 세입 구조의 불안정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자료=과천시

■ 복지 예산 30%⸱⸱⸱그러나 '과천만의 복지'는 없다
세출 예산 구조를 뜯어보면 재정의 경직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기능별 세출 결산 결과, 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유지했다. 

그러나 박주리 시의원은 "숫자만 늘었지 내실은 없다"고 꼬집는다. "결산서를 상세히 들여다보면 사회복지 예산의 대부분이 기초연금(약 250억원), 부모급여, 아동수당 등 중앙 정부가 정한 국·도비 매칭 사업으로 채워져 있다"며 "이는 시가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일 뿐, 과천시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과천시가 문화예술 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시를 대표하는 과천시립예술단 단원들의 처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며 "단기적인 예산 떼우기 식이 아니라 장기 로드맵을 통한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무 지출에만 매몰되어 정작 과천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 특화 복지나 문화 예술 인력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방증이다.

■ 진단: '부자 도시'의 허울 벗어야

2024년 과천시 결산은 '풍요 속의 빈곤'을 여실히 보여준다. 50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 규모와 높은 재정자립도 이면에는 개발 이익금 활용을 둘러싼 갈등과 특정 세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문가들은 "지식정보타운 개발 이익을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교통·복지 인프라에 과감하게 재투자하고, 레저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세입 구조 다변화 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과천시의 '부자 도시' 이미지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출처
• 2024 결산서
• 성과보고서
• 시의회 회의록
• 대정부 질의

예결신문 / 김지수 기자 kds7@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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