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두 얼굴'⸱⸱⸱임원은 칼바람, 3세는 꽃길, 담보는 롯데타워
백도현 기자
| 2024-11-28 20:50:28
신유열 전무, 1년 만에 부사장 초고속 승진⸱⸱⸱"위기 속 검증 없는 꽃보직" 비판
그룹 상징 '롯데타워' 담보 제공⸱⸱⸱시장 신뢰 회복 위한 배수진?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그룹의 심장(롯데월드타워)을 담보로 잡히고, 60대 가신(家臣)들은 집으로 보냈다. 그 빈자리에 오너 3세의 승진 축포가 터졌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유동성 우려에 직면한 롯데그룹의 2025년 정기 임원인사와 재무 대책을 요약하면 이렇다. 롯데지주는 28일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하며 '비상 경영'을 선포했지만, 정작 시장의 눈길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38)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의 부사장 승진에 쏠렸다. 그룹이 생존을 위해 창업주의 유산까지 담보로 내놓은 시점, '책임 없는 승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책임 경영' 강조하더니…화학·호텔 물갈이 속 '3세'는 예외?
이번 인사의 표면적 명분은 '쇄신'이다. 롯데그룹은 전체 임원의 30%를 줄이고, 60대 이상 임원의 80%를 퇴진시켰다. 특히 실적 부진의 진원지인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의 수장들을 대거 교체하며 문책성 인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서슬 퍼런 칼날은 오너 일가를 비켜 갔다. 신유열 신임 부사장은 2020년 일본 롯데 입사 이후 불과 4년 만에,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문제는 그가 맡은 역할이다. 신 부사장은 바이오·헬스케어 등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미래성장실'을 이끈다. 업계 관계자는 "진정한 경영 능력 검증을 위해서는 현재 그룹의 아킬레스건인 화학이나 유통 부문에서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고 미래 비전만 제시하면 되는 '꽃보직'으로 승진한 것은 책임 회피성 승계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그의 일본 국적과 병역 문제는 '한국 기업 롯데'의 정체성 논란을 다시금 점화시킬 수 있는 뇌관으로 남아있다.
■ 롯데케미칼 쇼크, 결국 '월드타워'까지 은행으로
인사의 배경이 된 재무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2019년 3조6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9월 기준 10조9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고, 급기야 채권 시장에서는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약속했던 이자보상배율(5배)을 지키지 못한 탓이다.
롯데지주가 내놓은 해법은 '배수진'이다. 그룹의 상징이자 신격호 창업주의 숙원 사업이었던 6조원 가치의 '롯데월드타워'를 은행 담보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을 통해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도를 보강하겠다는 고육지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놨다는 것은 그룹이 가용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를 썼다는 의미"라며 "단기적인 유동성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석유화학 업황의 근본적 회복 없이는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39조 빚더미 위, 불안한 '뉴 롯데'
롯데는 백화점 점포 10여 곳의 구조조정(매각·폐점)을 예고하며 군살 빼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그룹 전체 차입금 39조원에 비해 연간 순이익은 1조원대에 불과해 이자 감당 능력(DSR)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정철진 경제평론가는 "지금 롯데에 필요한 것은 오너 3세의 초고속 승진 스토리가 아니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가시적 성과"라며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안전한 자리로 자녀를 올린 이번 인사가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줄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다만 회사 측은 "지난달 기준 총자산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의 '뉴 롯데'가 유동성 파고를 넘어 3세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제2의 대우'라는 흉흉한 루머의 희생양이 될지, 2025년은 롯데그룹 운명의 해가 될 전망이다.
예결뉴스 / 백도현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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