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독자 경영’ 만료 앞두고 중흥그룹 낙하산 ‘착착’⸱⸱⸱26세 중흥 창업주 손자도 상무 자리에

백도현 기자

| 2024-11-25 18:52:52

중흥그룹에 인수된 대우건설이 내년 2월로 약속했던 3년 독자 경영 체제 만료를 앞두고 그룹 오너 일가와 측근 인사들을 핵심 경영진에 잇따라 배치하면서 '친정 체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는 인수 당시 약속이 무력화된 것이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중흥그룹에 인수된 대우건설이 내년 2월로 약속했던 3년 독자 경영 체제 만료를 앞두고 그룹 오너 일가와 측근 인사들을 핵심 경영진에 잇따라 배치하면서 '친정 체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는 인수 당시 약속이 무력화된 것이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오너 일가 핵심 장악···20대 상무·사위 대표이사 논란
대우건설의 최고위 경영진은 현재 중흥그룹 오너 일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인사들로 채워지는 양상이다.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된 김보현 총괄부사장은 중흥그룹 정창선 창업주의 사위이자 정원주 회장의 매제다. 언론사 부사장 출신인 김 내정자는 2021년 대우건설 인수단장을 거쳐 고문직을 지낸 후 총괄부사장에 올랐다. 건설업계 경력이 짧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정 창업주의 아들인 정원주 회장은 인수 직후 부회장직을 맡았다가 지난해 3월 정관을 수정, 회장직을 신설하고 승진했다.

가장 큰 논란을 낳은 인물은 정 창업주의 손자인 정정길 상무(1998년생)다. 그는 26세의 나이로, 건설업계 주요 임원 중 유일한 20대다. 2021년 중흥건설에 대리로 입사한 뒤 이듬해 대우건설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11월에는 해외사업단 담당임원(상무)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내부에서는 정 상무의 초고속 승진에 대해 "아무리 오너 일가라도 선을 넘었다", "특혜 인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독자 경영' 약속의 변질⸱⸱⸱내부 임원 선임 조건도 무색
중흥그룹은 지난 2021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조직의 극심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3년 독자 경영 체제를 약속하며 여러 조건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별도 법인 및 사명 유지 ▲대우건설 임원 중 대표이사 선임 ▲집행임원 선임 시 외부 인력 50% 이내 제한 등이었다.

그러나 약속 기간 만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핵심 인사들의 배경이 중흥그룹 오너 일가 및 측근으로 채워지면서 이 약속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보현 총괄부사장이 대우건설 내부 출신이라기보다는 인수단장을 맡았던 '중흥그룹 측 인사'라는 점에서 '내부 임원 중 대표이사 선임'이라는 약속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7개 본부를 5개로 축소하고 이 중 2개 본부에 중흥그룹 출신 인사를 배치하는 등 조직 전반에 중흥의 색채를 입히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흥그룹이 내걸었던 독자 경영 약속이 끝남에 따라 이제 오너 일가 중심의 친정 체제 수립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본다"며 "향후 대우건설의 경영 전반이 중흥그룹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 중흥·대우건설 측 "경영 수업 일환, 효율성 강화 위한 조치" 해명
이러한 논란에 대해 중흥그룹 및 대우건설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경영 수업'과 '경영 효율성 강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명했다.

김보현 신임 대표이사 내정에 대해 중흥그룹 측은 "그가 대우건설 인수 과정을 주도했던 인물인 만큼, 조직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그룹과의 유대 강화를 통해 책임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데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 내정자가 그룹의 철학을 대우건설에 이식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일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리다.

정정길 상무 등 오너 3세 배치에 대해서는 "일종의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대우건설 측은 "오너 3세들이 실질적인 결정권보다는 경영 과정을 배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조직개편의 핵심은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통한 독립·책임경영'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공정 사회에 20대 오너가 임원은 너무하다"는 불만이 지속되고 있으며 능력과 관계없이 혈연을 우선시하는 인사 관행이 결국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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