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2.0’ 선언한 이재명 정부, 상법 개정 속도전 예고···기업 반발 속 해법은?

백도현 기자

| 2025-06-12 22:12:58

정책 속도와 경제계 우려 사이 균형점 찾아야
기업들 “투기자본 개입 문 열어준다” 반발 vs 개미 “시장에 긍정적 신호, 주가 ‘불기둥’”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부와 재계 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부와 재계 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의 핵심 열쇠라고 보고 있다. 반면 경제계는 이를 기업 경영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거쳐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배구조 2.0' 정책의 핵심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개정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지배구조 확립'이라며 대통령 공포 즉시 시행을 목표로 하는 등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소송 남발과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및 집중투표제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개정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이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확대했다. 이는 이사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소액주주의 이익도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전자 주주총회 전면 도입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가 포함됐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어제(11일) 브리핑에서 개정 취지에 대해 "한국 자본시장에는 여전히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 관행'이라는 불신이 깊게 깔려 있다. 물적분할이나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제한되고 있다. 이번 개정은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재계, 경영권 방어 수단 부재에 '소송 리스크' 호소
경제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등 주요 경제 단체는 개정안이 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가장 큰 우려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가져올 사법 리스크다. 경영진의 정당한 경영 판단조차 주가 하락을 이유로 배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지배구조 담당 임원은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행동주의 펀드나 일부 투기 세력이 이사 선임 과정부터 개입하고, 경영 판단에 대해 배임 소송을 제기할 빌미를 주게 된다"며 "이는 결국 과감한 신사업 투자나 M&A 같은 장기 전략 수립을 위축시키고 경영진이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보신주의로 흐를 경우 그 피해는 오히려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또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경영권 방어 수단이 부족한 국내 현실에서 해외 투기 자본의 놀이터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 코스피 2900선 돌파와 시장의 기대
재계의 우려와 달리 주식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이른바 '이재명 랠리'로 불리는 최근의 상승세는 상법 개정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본지가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바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부터 현재까지의 코스피 지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수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주주 연대 등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로 가는 초석이 마련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대주주 전횡으로 인해 저평가받았던 기업들의 가치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다.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되, 명백한 고의가 없는 경영 판단에 대해서는 면책 범위를 구체화하는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의 명문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 재계 전문가는 현재의 대립 구도에 대해 "상법 개정은 한국 경제의 신뢰 구조를 재설계하는 작업"이라며 "제도적 정밀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등 균형 있는 보완책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번 정기 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야당과 재계의 반발이 거센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표=예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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