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부실 계열사 합병 둘러싼 '오너 리스크' 재점화···미등기 오너일가 과도한 보수 '도마 위'

백도현 기자

| 2025-04-16 22:00:59

DB월드, 파산 위기 DB메탈 흡수하며 창업주 보증 채무 변제 의혹 확산
실적 악화에도 총수 일가 보수만 증액⸱⸱⸱소액주주연대, 시민단체 집단 소송 예고
DB하이텍이 파산 직전의 계열사 DB메탈 합병이라는 석연치 않은 결정으로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왼쪽), 김남호 회장 부자. (일러스트=예결신문)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DB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DB하이텍은 최근 단행된 계열사 간 합병 결정으로 인해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의 중심에 섰다.

16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DB그룹 산하 DB월드는 지난달 말 공시를 통해 DB메탈을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합병 비율은 1대 0.0362402, 합병 후 DB월드는 존속법인으로 남게 된다. 합병 후 DB월드가 존속법인이 되는 구조이지만, 시장은 이번 합병의 실질적인 주체를 DB월드의 최대주주인 DB하이텍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DB메탈의 재무 상황은 사실상 '붕괴' 수준이다. 금속 제품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DB메탈은 중국발 저가 공세와 원가 상승의 이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고사 위기에 처했다. 2022년 6400억원을 상회하던 매출은 불과 2년 만에 3분의 1 토막인 2000억원대로 급락했다.

특히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1090.2%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러한 부실 덩어리를 우량 계열사의 자금을 투입해 떠안는 구조에 대해 시장의 시각은 싸늘하다.

■ 총수 일가 사적 채무를 기업 자금으로 해결?
금융투자업계와 소액주주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이번 합병에 투입되는 자금의 성격과 목적이다. DB월드는 지난해 DB하이텍으로부터 약 8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을 확보한 바 있다. 주주들은 이 자금이 사실상 DB메탈의 부실을 메우고 결과적으로 김준기 창업회장의 개인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사용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은 2023년 재무 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DB메탈에 대해 1500억원 규모의 개인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합병이 완료돼 DB메탈의 채무가 존속법인으로 승계되면 김 회장의 보증 채무 부담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공금을 동원해 총수 개인의 빚을 갚아주는 전형적인 사익 편취"라는 비판이 거세다.

회사의 재무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미등기 임원인 총수 일가가 챙겨가는 고액 보수는 주주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DB하이텍의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일반 직원들의 평균 급여가 삭감되는 와중에 김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 부자는 도합 60억원에 육박하는 보수를 수령했다.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는 전문경영인(CEO)보다 수배 높은 보수를 미등기 임원 신분으로 받아가는 것은 업무 집행의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과실만 따먹는 꼴이다. 특히 과거 범죄 이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 회장이 고액 보수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 한 관계자는 "김준기 회장과 김남호 회장에게 지급된 보수는 통상적인 업무 집행에 대한 대가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과도하다"며 "이는 대주주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사적으로 취한 것과 다름없다. 지배주주에게 근거 없이 지급된 보수는 회사의 자산을 무단으로 유출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DART

■ 주주대표소송 예고⸱⸱⸱지배구조 개선 요구 거세
소액주주연대와 시민단체는 당장 강경 대응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이상목 대표는 이번 합병을 "주주를 기만하는 우회적 부실 떠넘기기"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집단 대응을 시사했다.

특히 과거 DB메탈을 DB INC와 합병하려다 주주 반대로 무산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에는 비상장사인 DB월드를 내세워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회사 측에 과다 지급된 보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주주대표소송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이사진이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방조하거나 협력함으로써 회사에 끼친 손해를 직접 묻겠다는 의지다.

과거 김준기 회장은 자사주 저가 매입 및 외상 매입 등 여러 차례 경영권 남용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이번 합병 논란이 단순한 계열사 정리가 아닌 '오너 리스크'의 결정판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DB하이텍이 진정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불투명한 계열사 지원 체계를 끊어내고 독립적인 이사회를 통해 대주주를 견제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김준기 회장은 2017년 가사도우미 피감독자간음죄 및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발돼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도주 논란 속에 체포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그에 앞서 김 회장은 2000년에는 동부건설 자사주의 35%에 달하는 763만주를 외상으로 매입, 동부건설에 손실을 끼친 혐의와 2003년 6월 그룹계열사 등과 함께 골프장 시행사인 동부월드 주식 101만주를 주당 1원에 저가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