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된 친일파 부동산 12곳, 수의계약으로 후손에 다시 넘어갔다···“정부, 친일파에 특혜 준 것”
백도현 기자
| 2024-10-20 22:20:35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을 목적으로 한 '친일재산귀속법'이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환수된 토지 일부가 수의계약을 통해 다시 친일파 후손들에게 매각된 사실이 확인됐다. 환수 과정에서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이 분리되는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MBC 보도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진행된 친일 귀속재산 매각 341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소 7명의 친일파 후손이 12필지(약 1만3000㎡)의 토지를 국가로부터 되산 것으로 나타났다.
■ '건물 소유' 명분 삼아 수의계약⸱⸱⸱고영희 일가 사례
현행법상 국유재산 매각은 경쟁입찰이 원칙이나, 해당 부지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거나 인접 토지 소유주인 경우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친일파 후손들은 이 조항을 활용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제강점기 자작 작위를 받고 중추원 고문을 지낸 친일파 고영희의 일가다. 국가보훈부는 2009년 고영희 일가로부터 충남 예산군 소재 창고 용지 3필지(1400㎡)를 환수했다. 그러나 당시 토지만 환수 대상이었을 뿐, 토지 위의 건물은 환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후손 A씨는 해당 부지 내 창고 3개 동을 여전히 소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근거로 국유지가 된 땅을 수의계약으로 다시 매입할 수 있었다. 매각 대금은 약 7600만원이었다.
정부는 과거 고영희 일가가 일제 침탈기에 취득한 약 44만㎡(시가 약 84억원 상당)의 부지를 환수 조치했으나, 이번 매각으로 인해 일부 재산이 다시 후손에게 귀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고영희 외에도 홍종철, 신우선, 고원훈 등 주요 친일파의 직계 후손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부지 내 건물 소유권이나 인접 부지 소유권을 앞세워 토지를 재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 "불완전한 재산권 완성시켜준 꼴"⸱⸱⸱제도 개선 목소리
전문가들은 행정 편의적인 매각 절차가 친일재산 환수라는 법적 취지를 훼손했다고 비판한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홍경선 전문위원은 "토지가 국가에 귀속된 상태에서 그 위 건물은 사실상 불완전한 재산권일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수의계약을 통해 땅을 다시 후손에게 넘긴 것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재산권을 온전하게 완성해 주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좋게 특혜를 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인영 의원은 "일부 후손들은 되찾은 땅을 제3자에게 매각해 시세 차익을 얻은 정황도 포착됐다"며 "이는 친일 반민족 행위로 축재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겠다는 법 제정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국가보훈부는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인정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향후 친일파 자손이 귀속 재산 매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자격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규정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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