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2025 예산 분석 ①] '보편적 복지' 꺾고 '인프라'로 급선회⸱⸱⸱잉여금 574억 '승부수'

김지수 기자

news@ygdata.kr | 2025-05-02 21:36:40

1회 추경서 '전 시민 10만원' 100억 삭감⸱⸱⸱2회 추경서 '문화·관광'에 집중
지방세 수입 증가 '0원' 충격 속 순세계잉여금 574억 투입 2조3049억 규모 확정
'미래 투자' 명분이지만⸱⸱⸱'세수 펑크' 메우는 잉여금 의존도 심화 우려

[예결신문=김지수 기자] 파주시의 2025년도 재정 시계가 제2회 추가경정예산을 기점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2일 시 예산안에 따르면 시는 2회 추경을 포함해 총 2조3049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최종 확정하며 '민생 경제 회복'과 '문화 도시 도약'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기정액(2조2047억원) 대비 1002억원(4.55%) 늘어난 수치로, 외형적으로는 확장 재정의 기조를 유지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숫자 뒤에는 민선 8기 파주시정의 치열한 고민과 시의회와의 갈등, 그리고 타협의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지난 1월 제1회 추경 심사 당시 집행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전 시민 생활안정지원금'이 시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된 사건은 이번 2회 추경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변곡점이 됐다. 예결신문이 파악한 파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과 2025년도 예산서를 분석해 '현금 지원'에서 '인프라 투자'로 급선회한 파주시 재정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 1회 추경의 격전: "효과 불분명한 퍼주기" vs "침체된 골목상권 심폐소생술"

지난 1월 시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신음하는 시민들을 위해 '긴급 에너지 생활안정지원금' 성격의 예산 약 520억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핵심은 시민 1인당 10만원씩 지역화폐인 '파주페이'로 지급하는 것이었다. 김경일 시장은 이를 통해 가계 부담을 덜고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시의회의 판단은 달랐다. 1월 7일 열린 제252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보편적 복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위원은 "400억~5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전 시민에게 일괄 지급하는 방식은 재정 투입 대비 경제적 파급 효과가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집행부를 압박했다.

또 다른 위원은 "파주시는 아직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많다. 한정된 재원은 그들을 위한 '선택적 복지'에 우선 투입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예결특위는 집행부의 원안에서 생활안정지원금 관련 예산 100억원을 삭감하는 수정안을 가결했다. 시로서는 핵심 정책이 제동 걸리는 뼈아픈 패배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재정 운용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계기가 됐다.

■ 2회 추경의 반전: 잉여금 털어 '문화·관광'과 '도로'에 올인

1회 추경의 진통을 뒤로하고 지난달 확정된 2회 추경에서 시는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논란의 소지가 큰 현금성 복지 예산 대신, 눈에 보이는 '시설 투자'와 '문화 콘텐츠' 확충에 재정을 집중 투입한 것이다.

제2회 추경 예산서에 따르면, 문화 및 관광 분야 예산은 981억원으로 기정액 대비 무려 219억원(28.80%)이나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관광 자원 확보를 위한 토지 매입비가 대거 반영됐다. '임진각관광지 공유지 매입'에 25억원, '공릉관광지 토지 매입'에 8억3200만원이 편성돼 시 대표 관광지 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또한, 문화 도시로서의 소프트 파워 강화를 위해 '파주문화재단 운영' 출연금으로 4억2500만원을 증액하고 '파주 페어 북앤컬처' 행사에 5억12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이는 현금 살포라는 비판을 피하면서도,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외부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우회 전략으로 풀이된다.

교통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가 이뤄졌다. 교통 및 물류 분야 예산은 1846억원으로 11.79% 증가했다. 특히 도로 분야에만 122억원(24.48%↑)이 증액됐는데, '감악산 자연휴양림 진입도로 개설'에 15억7000만원, '파주 출판단지 도로 정비공사'에 10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꽉 막힌 도로를 뚫고 관광지 접근성을 높여 '찾아오는 파주'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자료=파주시

■ 재정의 그늘: 지방세 '0원' 증가⸱⸱⸱잉여금 의존한 '마른 수건 짜기'

문제는 돈 나올 구멍이다. 시가 야심 차게 내놓은 확장 재정의 이면에는 위태로운 세입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2회 추경 세입 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시 자체 수입원인 지방세 수입은 4256억원으로 기정액과 비교해 단 1원도 늘지 않았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인해 취득세 등 주요 세목의 징수 실적이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가 선택한 카드는 '비상금 털기'였다. 시는 이번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전수입등및내부거래' 항목을 617억원(33.48%)이나 증액했다. 이 중 지난해 쓰고 남은 돈인 '순세계잉여금'만 574억원이 투입됐다. 사실상 잉여금을 헐어 쓰지 않았다면 이번 추경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기에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세수 기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잉여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잉여금은 매년 발생하는 고정적인 수입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대규모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대응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파주시는 이번에 확보한 예산이 단순한 토건 사업이나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와 시민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집행 단계에서 철저한 성과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지방세수 확충을 위한 기업 유치와 세원 발굴 등 근본적인 재정 체질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만 '지속 가능한 파주'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간단 요약
• 파주시의회, 1회 추경서 '전 시민 생활안정지원금' 예산 100억 전액 삭감
• 시, 순세계잉여금 574억 투입해 문화·관광 및 도로 인프라 확충에 재정 집중
• 지방세 수입 전년 대비 0% 성장, 세수 여건 악화⸱⸱⸱잉여금 의존 재정 구조 우려 제기

■ 출처
• 제252회 파주시의회 임시회 제1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 예산서
• 2025년도 예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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