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에 7나노 칩 주지 마"⸱⸱⸱삼성 파운드리, 고객사 이탈·적자·트럼프 리스크 '3중고'
백도현 기자
livekmin@hanmail.net | 2024-11-13 21:13:01
수율 부진·가동률 저하 속 '트럼프 2기' 보조금 불확실성까지⸱⸱⸱생존 전략 원점 재검토 시급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미국 정부가 대만 TSMC에 이어 삼성전자에도 7나노미터(nm) 이하 첨단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 중단을 통보하며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이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핵심 고객사 이탈과 내부의 수율 부진, 그리고 '트럼프 2기'의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갇혔다는 분석이다.
12일 대만 매체 '이코노믹 데일리'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삼성전자에 인공지능(AI) 가속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사용되는 7나노 이하 첨단 공정 제품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는 전날 TSMC에 내려진 조치와 동일한 것으로, 중국의 'AI 굴기'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 '바이두' 잃은 삼성⸱⸱⸱TSMC와는 타격의 차원이 다르다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삼성과 TSMC 모두에 적용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삼성전자가 입을 타격이 훨씬 치명적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65%를 장악하고 있는 TSMC의 경우, 중국 향 매출 비중은 약 11% 수준이다. 그러나 TSMC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 탄탄한 미국 빅테크 고객사들을 확보하고 있어 중국 매출 공백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 실제로 TSMC는 미국 측 요구에 따라 알리바바 등 중국 고객사에 즉각적인 공급 중단을 통보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반면, 시장 점유율 11%대에 머물러 있는 삼성전자의 사정은 다르다. 삼성 파운드리는 그동안 미국 빅테크 수주 경쟁에서 밀려난 뒤 중국 팹리스(설계) 업체들을 통해 가동률을 방어해왔다. 특히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는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사 중 하나로, 양사는 지난 5년 이상 AI 칩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대만 매체 이코노믹 데일리 뉴스는 "미국의 조치로 알리바바의 칩 설계 자회사인 핑터우거(Pingtou Ge)를 비롯해 비트메인, 캄브리아기 등 중국 유망 AI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이는 중국 고객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에 뼈아픈 실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화웨이(Huida), 차오웨이(Chaowei) 등 자국 내 하위 제품으로 우회하려 해도 성능 격차로 인해 첨단 AI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 '수율 25%'의 늪⸱⸱⸱기술력 부재가 부른 위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삼성전자의 내부 경쟁력이다. 삼성전자의 최첨단 공정 수율은 25%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웨이퍼 100장을 투입하면 75장은 불량품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70%에 달하는 TSMC의 수율과 비교하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낮은 수율은 곧 수익성 악화와 고객사 신뢰 하락으로 직결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 약 3조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며, 고객사 주문 부족으로 평택 등 주요 생산 라인의 가동률을 50% 수준까지 낮춘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마지막 보루마저 미국의 제재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 트럼프의 귀환⸱⸱⸱칩스법 폐기 시 '테일러 공장'은?
설상가상으로 미국 내 정치 지형 변화도 삼성전자를 옥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의 존폐가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해외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칩스법은 나쁜 거래"라며 폐기 또는 축소를 공언해 왔다. 삼성전자는 칩스법 보조금을 전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450억 달러(약 62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만약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거나 조건이 까다로워질 경우, 삼성전자는 막대한 투자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 상실이라는 매출 충격과 미국 투자 보조금 증발이라는 재무 리스크를 동시에 맞닥뜨렸다"며 "불확실한 시기에 주요 사업 기반을 잃는 것은 삼성에 회복하기 힘든 고통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생존 전략, 원점서 다시 짜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사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외부 환경 탓을 하기엔 기술력(수율)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은 상수(常數)가 되었고, 트럼프 리스크는 예견된 변수였다"며 "결국 삼성전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율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애플이나 엔비디아 같은 '대체 불가능한' 고객사를 확보하거나,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분리하는 등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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