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대한방직 부지 개발 좌초 위기···‘시세차익 의혹’ 롯데건설도 발 뺐다

백도현 기자

| 2024-10-21 21:16:31

총사업비 6조2000억원 규모의 전북 전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이 중대 기로에 섰다. 시행사인 주식회사 자광이 대주단으로부터 기한이익상실(EOD)을 통보받으며 재무적 위기가 현실화 하면서다. (사진=AI)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총사업비 6조2000억원 규모의 전북 전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이 중대 기로에 섰다. 시행사인 주식회사 자광이 대주단으로부터 기한이익상실(EOD)을 통보받으며 재무적 위기가 현실화 하면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관련 보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으로 구성된 대주단은 지난 14일 자광 측에 대출 원금 3700여억원의 상환을 요구했다. 대주단은 최장 2개월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으며, 자광은 이에 대한 정상화 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본금 3억짜리 시행사의 '6조 프로젝트'⸱⸱⸱예고된 위기?

이번 위기는 사업 초기부터 제기된 시행사의 자금력 부족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7년 자광은 전주 공업단지 내 대한방직 부지 21만6464㎡(약 6만5000평)를 1980억원에 매입하며 이곳에 143층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와 복합 쇼핑몰, 아파트 등을 짓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자본금 3억원에 불과했던 자광이 수천억 원대의 부지 매입비와 조 단위의 건축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자광은 부지 매입 과정에서 롯데건설의 지급보증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자광은 롯데건설의 보증을 바탕으로 240억원의 단기유동화회사채(ABSTB)를 발행하고 특수관계사 차입금 등을 더해 계약금을 치렀다. 이후 잔금 납부와 초기 사업비 역시 제2금융권 브릿지론(1450억원)과 롯데건설 보증 유동화증권(ABCP, 880억원) 등으로 충당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지난해 기준 자광의 총부채는 3744억원까지 급증했다.

■ "용도변경 통한 시세차익 의혹"⸱⸱⸱시민단체 지적

사업 지연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지 용도에 있다. 해당 부지는 '일반공업지역'으로, 대규모 상업 시설이나 주거 단지 개발을 위해서는 상업 용지로의 용도 변경이 필수적이다.

전주시민회 등 지역 시민단체는 이 사업 구조가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시행사의 '부동산 개발 차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해왔다. 개발 불가능한 공업 용지를 저렴하게 매입한 뒤, 초고층 타워 건립을 명분으로 용도를 변경해 천문학적인 시세 차익을 거두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문옥 전주시민회 사무국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153층 타워 계획은 용도 변경을 위한 명분일 뿐, 실질적인 목적은 땅값 상승분에 대한 차익 실현으로 보인다"며 "지역 내 롯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피하기 위해 자광을 전면에 내세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 롯데건설, 채무 상환 후 리스크 관리 돌입⸱⸱⸱사업 재개 불투명

주목할 점은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행보다. 롯데건설은 최근 보증 약정에 따라 자광이 IBK투자증권 등으로부터 빌린 약 1000억원의 채무를 대위 변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건설이 사업 리스크 관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롯데건설은 자광이 소유한 세종시 골프장 등에 약 2000억원 규모의 우선수익권을 설정해 둔 것으로 파악돼, 향후 사업이 무산되더라도 채권 회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자광은 신용도 하락과 고금리 기조 속에서 신규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힌 상태다. 용도 변경에 대한 특혜 시비가 여전한 데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경색까지 겹치며 사업 정상화는 당분간 불투명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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