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향한 트럼프의 ‘관세 폭격’⸱⸱⸱韓 ‘최악 국가’ 낙인, 현대차 '뒤통수'

백도현 기자

| 2025-04-03 21:19:34

한국에 26% 상호관세 날벼락⸱⸱⸱31조 투자 약속한 현대차 '패닉'
KB증권 "수출 7%·성장률 0.4% 급락 우려"⸱⸱⸱글로벌 '반트럼프 연대'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전 세계를 향해 '상호관세'라는 경제적 선전포고를 감행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보호무역주의를 넘어 수십 년간 이어온 자유무역 질서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이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전 세계를 향해 '상호관세'라는 경제적 선전포고를 감행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보호무역주의를 넘어 수십 년간 이어온 자유무역 질서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이다. 

특히 미국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투자를 약속하며 '우군'임을 자처했던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게 돌아온 것은 '최악의 국가'라는 낙인과 보복성 관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상호관세 산출 방식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황당한 계산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논리는 단순하다 못해 조잡하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 1315억 달러와 수입액 655억 달러의 차이인 660억 달러(무역 적자)를 전체 수입액으로 나누어 약 50.2%라는 수치를 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이 미국에 50%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는 억지 논리를 세운 뒤, 그 절반인 26%를 상호관세로 부과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이러한 계산은 산업별 특수성, 비관세 장벽의 실체, 환율 효과 등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특히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이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보완하는 측면이 큼에도 불구하고, 오직 '숫자상의 적자'만을 근거로 징벌적 과세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 현대차의 '31조 투자'⸱⸱⸱돌아온 것은 '배신'
가장 뼈아픈 대목은 현대차그룹의 사례다. 지난달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210억 달러(약 3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를 치켜세우며 "과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화답했지만, 이는 결국 '미국 내 생산 제품'에 한정된 수사였음이 드러났다.

트럼프는 상호관세와 별개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31조원 투자 서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현대차는 수출 가격 경쟁력을 송두리째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는 동맹국의 선의를 이용해 자국 내 투자를 끌어낸 뒤, 다시 관세로 뒤통수를 치는 '약탈적 무역 정책'의 전형이다.

자동차 산업은 한국 수출의 핵심 기둥이다. 부품 협력사들까지 포함하면 이번 관세 폭탄은 국내 제조업 생태계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다. 미국 내 공장 가동률을 높인다 해도 국내 생산 물량의 급감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 글로벌 '반트럼프 전선' 구축⸱⸱⸱달러 패권 위기
미국의 이러한 독주에 세계 주요국들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끊임없이 싸울 것"이라며 보복 관세를 예고했고 중국과 EU 역시 달러 패권에 도전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한국과 일본마저 이 대열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적국보다 동맹국이 더 나쁘다"는 지론 하에 캐나다와 멕시코를 가장 먼저 타격했지만, 이는 오히려 동맹국들을 중국 중심의 경제 블록으로 밀어넣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의 요구는 명확하다. 모든 주요 산업의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행위다. 삼성, 하이닉스, 현대차 등 한국의 간판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대거 이전할 경우,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반발로 주요 수출국들이 '반트럼프 전선'을 구축해 달러화 대신 자국 통화 결제 비중을 높이는 등 '탈달러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은 미국 경제에도 장기적인 위협이 될 전망이다.

■ 거시 경제 지표 적신호⸱⸱⸱'마이너스 성장' 공포
3일 KB증권은 이번 관세 폭탄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매우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관세 인상이 수출 가격에 그대로 전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한국의 전체 수출 물량은 최대 7% 감소하고, 연간 성장률은 0.4%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료=KB증권

특히 과거에 기대했던 반사이익이 원천 봉쇄되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이전에는 중국 제품에만 고율 관세가 매겨질 경우 한국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얻는 시나리오가 가능했으나, 이제는 전 세계 모든 주요 교역국에 상호관세가 매겨지면서 한국 제품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대중국 수출 역시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낙수효과 소멸로 인해 연쇄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 구조상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선 중국의 수출 둔화가 곧 한국의 실적 악화로 직결되는 구조여서다.

■ "산업 강탈 전략에 맞설 총력전 필요"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한국 경제의 '실존적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KB증권 김효진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이 추진하는 상호관세는 전통적인 무역 장벽을 넘어선 일종의 '산업 강탈 전략'"이라며 "한국의 대미 수출 가격 탄력성을 적용해 볼 때 상호관세 부과만으로도 직접적인 수출 감소 폭이 4%에 달하며 중국을 경유하는 간접 효과까지 더하면 7% 이상의 물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또 "이는 한국의 연간 경제 성장률을 0.4%p 이상 끌어내릴 수 있는 충격파"라며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한 극단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관계자는 "자유무역 수호라는 명분은 이제 힘을 잃었다. 이제는 철저한 실리 위주의 '기브 앤 테이크'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와 우리가 얻어낼 관세 예외 조항 사이에서 정교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한국 경제는 '트럼프 리스크'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생존을 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 부재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기업들은 각자도생을 넘어선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자유무역의 시대가 가고 약육강식의 보호무역 시대가 도래한 지금, 한국 경제의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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