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수출 598억 달러 기록⸱⸱⸱반도체 단가 급등·대외 환경 변수 실적 견인
백도현 기자
| 2025-07-02 20:55:47
DDR4 생산 종료·미국 관세 재개 전 재고 확보 수요 맞물려⸱⸱⸱일시적 가격 급등 영향
미국향 가전·철강 관세 장벽 강화 및 현지 소비 위축 우려로 하반기 수출 환경 불확실성 커져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한국의 지난 6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59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6.8%를 나타냈으며 선박을 제외한 실질 수출 증가율은 2.7%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149억 달러의 수출고를 올리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이는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보다는 대외적 수급 불균형과 지정학적 정책 변수에 기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반도체 공급 중단과 관세 회피용 재고 확보 수요 결합
2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세청 수출입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메모리 반도체인 DDR4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91%, 전월 대비 94% 각각 급등하며 수출 단가를 폭등시켰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차세대 공정 전환을 위해 DDR4 생산을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시장 내 공급 물량이 단기간에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예고한 IT 제품 관세 재개 조치를 앞두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이른바 '패닉성 매수'가 발생한 점도 실적 상승의 주요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시적 수요 집중이 해소되는 3분기부터는 단가 상승세가 완화되고 수출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관세 회피용 선취매가 마무리되면 4분기에는 오히려 수요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자동차 수출 지역별 양극화와 보호무역 장벽 가시화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하며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유럽연합(EU) 지역으로의 전기차 수출이 41% 증가하고,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향 중고차 수출이 72% 급증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이는 해당 지역 내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과 공급망 복구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핵심 시장인 미국향 수출은 전년 대비 18% 감소하며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이는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된 데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가 한국산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현지 내연기관차 및 하이브리드 수요가 자국 브랜드 위주로 재편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 방어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 철강·가전 관세 직격탄과 미국 소비 시장 위축 리스크
철강 및 가전 분야에서는 미국의 관세 장벽이 이미 실물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철강 및 그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대비 대폭 인상된 50%로 설정하고 냉장고·세탁기·오븐 등 주요 주방 가전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하면서 상반기 미국향 가전 수출은 전년 대비 18% 줄었다.
유통 업계는 관세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 최종 전가될 경우 가전제품 가격이 최대 33% 오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우리 제품의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반기 수출 전선의 또 다른 암초는 미국 내 소비 여력의 구조적 감소다. 이달부터 미국 내 학자금 대출 연체자 약 200만명을 대상으로 소득의 최대 15%가 자동 공제되는 강제 상환 조치가 본격 시행된다. 여기에 세금 환급금 및 연방 지원금 지급도 순차적으로 중단됨에 따라 미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급감할 전망이다. 이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스마트폰, TV 등 내구재 수요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 수출 전망 상향 조정에도 '기저효과' 경계론 확산
수출 실적 호조에 따라 주요 금융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연간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4%에서 -2% 수준으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정은 DDR4 공급 충격과 관세 회피 수요라는 일시적이고 비정상적인 환경이 만든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현장에서는 하반기부터 시작될 복합 악재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KB증권은 "6월 수출 실적은 수치상으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근본적인 제품 경쟁력의 회복보다는 대외 정책 변수에 따른 선취매와 가격 상승 효과가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며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관세 인상과 미국의 소비 둔화 등 복합적인 악재에 대비한 산업별 맞춤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수출의 지속 가능한 회복 여부는 8월로 예정된 미중 무역 재협상의 향방과 미국의 금리 정책에 따른 소비 심리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만일 양국 간 관세 갈등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4분기 한국 수출은 다시 마이너스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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