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자사주' 약발 이틀 만에 끝⸱⸱⸱삼성전자, '기술력·거버넌스' 쇄신 없인 백약이 무효
김용대 칼럼니스트
news@ygdata.kr | 2024-11-20 18:11:06
파운드리 격차 확대·HBM 주도권 상실 등 '펀더멘털' 훼손 심각
전문가들 "자사주보다 '이재용 책임 경영' 및 '기술 초격차' 회복이 우선"
[예결신문=김용대 위원] 삼성전자가 주가 부양을 위해 '10조원 자사주 매입'이라는 초강수를 던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반짝 반등했던 주가는 이틀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며 '약발'이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와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위기가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닌, 기술 경쟁력 상실과 지배구조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펀더멘털(기초 체력)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 '10조' 풀고도 못 웃는 삼성⸱⸱⸱"사전 정보 유출설까지"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78% 하락한 5만53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4일 4만9900원까지 추락하며 '4만 전자'의 충격을 안겼던 주가는 15일 7.21% 급반등한 뒤 18일 자사주 소각 발표 효과로 5만6700원까지 올랐으나, 상승세는 딱 거기까지였다. 19일부터 이틀 연속 하락하며 다시 5만5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 발표 시점과 주가 급등 사이의 선후 관계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식 공시한 것은 15일 장 마감 후였지만, 주가는 이미 당일 장중 7% 넘게 폭등했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임원은 "시가총액 300조원이 넘는 초대형주가 특별한 호재 없이 하루에 7% 이상 급등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였다면 즉각 조사에 착수했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확실한 주가 부양 카드로 통했다. 2015년(14.29% 상승)과 2017년(28.8% 상승)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탄탄한 실적 성장과 기술 리더십이 뒷받침됐던 반면, 지금은 '기술력 의구심'이라는 근본적인 악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주가 상승의 본질은 결국 실적"이라며 "엔비디아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통과 여부, 파운드리 수율 개선 등 본업에서의 경쟁력 회복 시그널 없이는 자사주 매입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 파운드리 '샌드위치' 신세⸱⸱⸱인텔에도 밀리나
반도체 사업의 한 축인 파운드리(위탁 생산) 부문의 경쟁력 약화는 더욱 뼈아프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최첨단 공정 수율은 20%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70%에 육박하는 경쟁사 TSMC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장 점유율(TSMC 65% vs 삼성 11%) 격차는 물론, 2위 자리마저 위태롭다. 'IDM 2.0' 전략을 앞세운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매출 규모에서 삼성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매출 189억 달러(약 25조5000억원)를 기록, 삼성전자(133억 달러)를 제치고 업계 2위권으로 도약했다.
삼성전자의 '종합 반도체 기업(IDM)' 구조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모리, 팹리스(설계), 파운드리를 모두 가진 삼성전자의 구조상, 애플이나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 고객사들이 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핵심 설계도를 삼성 파운드리에 맡기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빅테크들이 경쟁자인 삼성에 최첨단 칩 생산을 맡길 리 만무하다"며 "삼성 파운드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시스템LSI(설계) 사업부를 과감히 분사하거나 매각해 파운드리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은 "분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신뢰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ASML의 최첨단 EUV(극자외선) 장비 반입을 연기하고 현지 인력을 철수시켰다는 외신 보도 역시 고객사 확보 실패에 따른 속도 조절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 '초격차' 실종된 삼성⸱⸱⸱결국은 리더십 문제
'기술의 삼성'을 상징하던 '초격차' 구호는 이미 옛말이 됐다. HBM 시장에서는 '만년 2등'이었던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고 범용 D램 시장에서도 중국 창신메모리(CXMT)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애플이 2015년 아이폰6S의 칩셋 생산을 TSMC와 삼성전자에 이원화했다가 삼성 칩의 전력 효율 문제로 이후 TSMC 독점 체제로 전환한 사례는 삼성 파운드리 기술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회자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과 삼성의 관료화된 조직 문화를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다. 엔지니어 출신 CEO가 기술 중심 경영을 펼치는 경쟁사들과 달리 삼성은 재무·관리 통인 '사업지원TF(옛 미래전략실)'가 실권을 쥐고 있어 현장의 목소리와 기술적 판단이 경영 의사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학과 교수는 "정현호 부회장 등 비전문가들이 좌지우지하는 의사결정 구조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보신주의 문화가 삼성의 혁신 DNA를 잠식했다"며 "기술 전문가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고, 이재용 회장이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과감한 쇄신 인사만이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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