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축산 메탄 실태] 上 '통계 오류'에 갇힌 한국⸱⸱⸱실제 배출량, 정부 발표의 2.5배

백도현 기자

| 2025-03-28 21:15:38

낡은 IPCC 지침 고수하며 온실가스 실태 외면⸱⸱⸱실제치의 40%만 반영된 '반쪽 통계'
2030 메탄 서약 무색하게 만드는 '데이터 공백'⸱⸱⸱국가 감축 목표 근간 흔든다
전문가들 "통계 현실화 없는 감축은 허구⸱⸱⸱정밀한 배출원 파악이 정책의 출발점"
국내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제 메탄 배출량은 정부가 그동안 공식 발표해 온 수치보다 약 2.5배나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인 '메탄(CH4)'. 대기 중 머무르는 기간은 짧지만 이산화탄소(CO2)보다 온실효과가 최대 80배 강력해 단기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타깃으로 부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메탄서약(Global Methane Pledge)'이 체결되며 메탄 감축이 국가적 사명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의 농축산 부문 메탄 관리 정책은 실제 배출량의 절반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구시대적 통계에 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8일 기후솔루션과 인하대 환경공학과 황용우 교수 연구팀의 '지구를 데우는 가축분뇨: 지속가능한 농축산을 위한 해결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제 메탄 배출량은 정부가 그동안 공식 발표해 온 수치보다 약 2.5배나 많았다.

이는 정부의 공식 통계가 실제 현장의 배출 상황을 40% 수준만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자체가 부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배출량을 60%나 누락한 상태에서 세워진 감축 전략이 현장에서 실효를 거둘 리 만무하다.

■ 19년 전 기준에 멈춘 정부 통계⸱⸱⸱"211만 톤의 메탄이 증발했다"
이 같은 거대한 수치 차이는 정부가 사용하는 산정 기준의 낙후성에서 기인한다. 현재 정부는 1996년에 제정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지침을 근거로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작성한다. 하지만 연구팀이 최신 과학 기술과 변화된 국내 사육 환경을 반영한 '2006년 IPCC 지침'을 적용해 재산정한 결과, 수치는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인 곳은 가축분뇨 처리 부문이다. 2022년 기준 기존 방식으로는 138만 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집계됐으나, 최신 지침을 적용하자 349만 톤으로 수직 상승했다. 정부가 낡은 기준을 고수하는 사이, 전체 배출량의 60%에 달하는 211만 톤의 메탄이 통계에서 증발한 셈이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메탄은 단기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산정 기준의 작은 차이가 실제 기후 변화에 미치는 파급력은 막대하다"며 "정확한 배출원 파악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립된 정부의 감축 전략은 현장에서 작동할 수 없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자료=기후솔루션과 인하대 환경공학과 황용우 교수 연구팀

■ '국제메탄서약' 무색케 만드는 통계의 함정
2021년 대한민국은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30% 이상 줄이겠다는 '국제메탄서약'에 가입하며 국제 사회에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런 다짐이 사실상 허구였음을 보여준다. 국가 배출량 통계 자체가 실제보다 현격히 낮게 잡혀 있다면, 설령 목표치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실제 지구 온난화 완화에는 실질적인 기여를 하기 어렵다.

정부가 사용 중인 1996년 지침은 가축분뇨 처리 시설의 현대화나 기술적 진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반면 2006년 지침은 분뇨의 관리 방식(액비, 퇴비, 바이오가스 등)에 따른 세분화된 배출 계수를 적용하여 실제 현장과의 괴리를 줄였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통계의 정확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한국만 낡은 기준을 고수하는 것은 '기후 선진국'을 자처하는 행보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 이상아 연구원은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 목표를 진정성 있게 이행하려면, 먼저 통계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며 "낡은 산정 방식으로 실제 배출량을 가리는 행위는 기후 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전문가들 "2035 NDC 수립 전 통계 현대화 필수"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통계 오류'를 인정하고 데이터 전수조사 및 산정 방식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는 반드시 2006년 IPCC 지침, 혹은 그 이상의 최신 기준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은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예산 투입은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어떤 단계가 가장 취약한지, 어느 축종에서 메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정된 국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2.5배의 배출량 차이는 축산 정책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함을 시사한다. 기존의 단순한 시설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메탄을 원천적으로 포집하고 에너지화하는 기술적 혁신에 예산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문제다. 민간 연구진이 최신 지침을 적용해 이토록 큰 배출량 차이를 밝혀낼 동안, 국가 기관은 소극적 행정으로 이 같은 '기후 정보 격차'를 가볍게 여겼다는 게 드러났다. 통계가 불확실하면 정책 집행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축산 농가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한 국가적 대응 능력을 약화시킨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는 2.5배나 많은 실제 배출량을 직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며 "정확한 통계야말로 지속 가능한 농축산업을 위한 첫 단추이자, 기후 위기 시대에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의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기후솔루션과 인하대 환경공학과 황용우 교수 연구팀의 '지구를 데우는 가축분뇨: 지속가능한 농축산을 위한 해결 과제' 보고서를 기반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제2편에서는 전체 배출의 73%를 차지하는 돼지 분뇨 관리의 실태와 에너지화 정책의 실패 원인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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