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vs 8.1%, 갈수록 벌어지는 ‘파운드리 초격차'⸱⸱⸱퀄컴은 왜 삼성의 손을 놓았나
신세린 기자
| 2025-03-28 20:39:44
벼랑 끝에 선 삼성 파운드리, 내년 5월 ‘엑시노스 2600’, 2나노 공정 전환으로 ‘판 뒤집기’ 사활
[예결신문=신세린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다시 한번 고배를 마셨다. 퀄컴이 차세대 프리미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8s 4세대(Snapdragon 8s Gen 4)'의 생산 파트너로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 TSMC를 최종 낙점하면서다.
삼성이 최근 4나노(nm) 공정의 수율을 TSMC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첨단 패키징 기술까지 도입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선택은 냉혹했다. 이번 결정은 파운드리 비즈니스가 단순한 '기술력 경쟁'을 넘어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의 비즈니스'임을 다시금 방증하는 사례로 풀이된다.
28일 영국 IT 매체 가젯(Gadget)과 대만 리버티 타임스(Liberty Times) 등에 따르면 퀄컴의 이번 차세대 칩은 플래그십 모델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의 바로 아래 체급을 담당하는 프리미엄 라인업이다.
세부 스펙을 살펴보면 3.21GHz로 동작하는 Cortex-X4 프라임 코어를 필두로, 3.01GHz Cortex-A720 코어 3개, 2.8GHz 코어 2개, 2.02GHz 코어 2개 등 총 8개의 코어가 탑재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퀄컴이 독자 개발한 맞춤형 '오라이온(Oryon)' 코어 대신 표준 ARM 코어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표준 코어 기반의 칩 생산마저 TSMC에 맡긴 것은 퀄컴의 리스크 관리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3나노 공정에서 겪고 있는 기술적 진통과 과거의 신뢰 하락이 이번 결정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퀄컴 입장에서는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성능 일관성이 보장되는 TSMC의 안정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입장에서 이번 수주 실패는 뼈아픈 대목이다. 삼성은 그동안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4나노 공정 고도화에 사활을 걸었다. 실제로 2023년 무렵 삼성의 4나노 수율은 이미 TSMC와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더해 이달 초부터는 2.5D 및 3D 패키징 기술을 적용한 4세대 4나노 칩 양산을 시작하며 후공정 경쟁력까지 보강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이 냉담한 이유는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삼성은 2021년부터 4나노 공정을 통해 엑시노스 2200, 구글 텐서, 스냅드래곤 8 1세대 등을 생산했으나 당시 심각한 칩 과열(발열) 문제와 수율 불안정성을 드러내며 고객사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반도체 전문 매체 샘모바일(SamMobile)의 에드난 파루키(Adnan Farooqui) 편집장은 지난 25일 기고문을 통해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이 겪고 있는 난항이 고객사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로 인해 삼성의 4나노 공정이 기술적으로 검증되고 안정화된 현재에도 퀄컴 같은 대형 고객사들은 여전히 삼성에 도박을 거는 대신 TSMC라는 확실한 선택지를 고집하고 있다. 신뢰 결핍(Trust Deficit)이 너무 커진 상태"라고 풀이했다.
지표상으로 드러나는 삼성의 성적표도 녹록지 않다. 작년 4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은 8.1%를 기록하며 2위에 머물렀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4% 하락한 수치로, 매출액 규모는 약 32억6000만 달러(약 4조7925억원) 수준이다.
반면 1위인 TSMC는 무려 67%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삼성이 기술적으로 4나노 수율을 회복했음에도 매출과 점유율이 정체되는 현상은 신규 고객 유입이 차단된 채 기존 고객들마저 이탈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도체 학계와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이 단순한 수율 지표를 넘어 ‘생태계적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파운드리 비즈니스는 약속이다. 2나노부터는 삼성과 TSMC 모두 GAA(Gate-All-Around)라는 완전히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게 되는데 수율은 실제 양산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고객사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삼성이 이 기회를 잡으려면 과거 4나노에서 보여준 실책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는 압도적인 데이터와 안정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년 전부터 삼성의 고객 이탈 리스크를 경고해 왔다. 그는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이 저조했던 과정을 지켜본 고객사들은 신규 공정 도입에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퀄컴과 같은 주력 고객사가 파운드리를 TSMC로 완전히 옮겨간 것은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 성장에 장기적인 부담이 될 것이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대형 고객사의 복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제 삼성의 남은 카드는 내년 5월부터 생산이 시작될 예정인 2나노 기반의 '엑시노스 2600'이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3나노에 GAA 기술을 적용했던 경험을 살려 2나노 공정에서 TSMC보다 먼저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해 고객사들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미국 테일러 공장의 가동과 2나노 공정 전환이 맞물리며 퀄컴과의 재결합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TSMC 역시 2나노에서 핀펫(FinFET) 공정을 버리고 GAA로 전환하며 전면 승부를 예고한 상황이다. 삼성이 67%대 8%라는 격차를 뚫고 '파운드리 1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칩의 완성도로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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