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5극 3특, 대한민국 재설계 ④] 글로벌 강소국의 재정 운영 기술과 메가시티 생존 전략
백도현 기자
livekmin@hanmail.net | 2026-01-12 20:07:50
권역별 성장엔진 확정 이후 요구되는 재정 기동성 실체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대한민국의 '5극 3특(5개 메가시티, 3개 특별자치도)' 재편은 인구 300만명에서 500만명 규모의 메가시티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인 경제 주체로 생존할 수 있는 '강소국 체격'을 갖추는 과정이다. 내달 지방시대위원회의 권역별 전략산업 발표는 이 같은 경제적 체질 개선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부를 창출하는 강소국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 메가시티들이 추구해야 할 재정 운영의 핵심 원리와 정책적 대안을 진단했다.
■ 싱가포르의 디지털 거버넌스와 행정비용 최소화 전략
인구 약 600만명의 도시 국가 싱가포르는 척박한 지리적 한계를 '디지털 거버넌스'를 통한 행정 효율성으로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싱가포르 정부는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 전략 아래 행정의 전 과정을 데이터화하고 자동화함으로써 불필요한 인력 중복과 경직성 행정 경비를 최소화하는 재정 구조를 확립했다. 이 시스템은 행정 효율화로 절감된 재원을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와 핀테크 R&D에 즉각적으로 재배정하는 '재정의 기동성'을 가능케 한다.
이 모델은 우리 정부의 전략산업 발표 이후 본격화될 우리 메가시티의 행정 통합 과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지자체들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전산망과 중복된 지원 부서를 단일 디지털 플랫폼으로 통합할 경우,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재정 여력이 확보된다.
학계에서는 이처럼 확보된 재원을 메가시티의 생존권이 달린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자본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정적 유연성을 강소국 경쟁력의 핵심으로 정의한다.
"글로벌 강소 지역의 경제 모델은 유연성과 전문성에 기반한다. 인구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재정적 기동성이다. 시장의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지자체의 예산 편성 자율권이 확보될 때 비로소 우리 메가시티들도 슈퍼 강소국의 길을 걸을 수 있다." —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2023년 5월 12일 '글로벌 경제 안보와 강소국 전략' 세미나 기조강연 중
■ 스위스의 니치마켓 특화 예산 및 고숙련 인재 양성 체계
인구 890만명의 스위스는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정밀 예산 운용의 정수를 보여준다. 스위스 정부는 모든 산업을 포괄적으로 육성하는 대신, 정밀 기계, 제약, 금융 등 자국이 세계 1위를 점할 수 있는 니치 마켓(Niche Market)에 국가 역량의 80% 이상을 집중 투자하는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교육 예산의 배분 방식이다. 스위스는 일반적인 인문계 대학 교육보다 고숙련 도제 교육과 직업 훈련에 예산을 우선 투입, 인구 규모와 상관없는 '대체 불가능한 숙련 노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 같은 정밀 예산 기조는 한국의 메가시티 성장엔진 산업에도 직접적인 적용이 필요한 요소로 분석된다. 충청권의 반도체 설계, 호남권의 에너지 관리 기술 등 특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숙련 인재를 기르기 위해 교육 예산의 패러다임을 현장 중심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지역의 GRDP(지역내총생산)를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실질적인 동력이 된다는 것이 스위스 모델이 주는 핵심 교훈이다.
■ 아일랜드의 조세 자율권 확보를 통한 다국적 기업 유치 기제
인구 510만명의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을 전략적 무기로 활용,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를 유치함으로써 1인당 GDP 10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는 조세 권한을 활용해 인구 규모의 한계를 극복한 가장 공격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국의 5극 3특 체제의 메가시티들이 중앙정부로부터 조세 감면권과 탄력세율 조정권을 일부 이양받는 '재정 샌드박스' 도입을 요구하는 법리적 근거이기도 하다.
아일랜드는 외자 유치와 동시에 글로벌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주 여건과 교육 인프라에 예산을 파격적으로 편성했다. 이는 인구 감소에 따른 '축소 지향적 재정'이 아니라 외부 인재를 유입시켜 부를 창출하는 '투자 지향적 재정'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 강소국 모델의 결산 시스템과 시사점
주요 강소국들의 공통적인 재정 특징은 예산을 집행하는 기술보다 집행된 예산이 실제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성과 기반 결산 시스템'에 있었다. 이들은 성과가 낮은 사업은 차기 연도 예산에서 배제하고 성공적인 모델에는 충분한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철저한 환류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메가시티들 역시 예산 투입 과정에서 이런 선진국형 결산 지표의 도입이 요구된다. 행정 효율화로 확보된 재원이 실제 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여전히 관성적인 전시성 사업에 소모되는지를 철저히 검증하는 체계가 안착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방 자치의 역사는 이제 '재원 조달의 자율성'과 '집행의 투명성'을 양 축으로 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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