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해설] 중국 국채 금리 '바닥 없는 추락'⸱⸱⸱디플레이션 공포 한국 경제 덮치나
김용대 칼럼니스트
8timemin@hanmail.net | 2024-12-18 18:55:33
중국 디플레이션 리스크, 저가 수출 공세 덮쳐
[예결신문=김용대 위원] 중국 국채 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추락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금융 시장의 변동을 넘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심각한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등으로 해석된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추가적인 성장 둔화 압력에 직면하며 비상이 걸렸다.
■ 10년물 1.7%대 붕괴 직전⸱⸱⸱글로벌 흐름 역행하는 '나홀로 급락'
중국 국채 금리의 하락세는 '자유 낙하'에 가깝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 중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728%를 기록했고, 초장기물인 30년 만기 국채 금리마저 17일 1.961%로 마감하며 사상 최저치 기록을 다시 썼다.
특히 하락 속도가 가팔라 시장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초 대비 약 19%, 이달 초 대비로는 13%나 급락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국채 금리가 최근 반등세를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이는 글로벌 자금 흐름과 중국 내부의 경제 상황이 완전히 '디커플링(탈동조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iM증권은 이러한 급락세의 표면적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통화완화 정책 기대감을 꼽았다. 중국 당국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내년 통화정책 기조를 '온건'하게 전환하겠다고 천명했고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수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되었다는 것이다.
■ "돈이 돌지 않는다"⸱⸱⸱M1 마이너스 행진이 가리키는 'R(Recession)의 공포'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책 기대감만으로는 최근의 폭락세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금리 급락의 이면에는 중국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붕괴와 구조적인 디플레이션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돈맥경화' 현상이다. 시중에 돈이 풀려도 기업과 가계로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신호가 뚜렷하다. 11월 기준 본원통화(M0)는 전년 동월 대비 12.7% 증가하며 유동성 공급이 늘었지만, 정작 실물 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협의통화(M1) 증가율은 -3.7%를 기록했다.
M1 증가율은 지난 4월부터 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iM증권은 "M1의 핵심인 기업 요구불예금이 줄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이 당장 투자를 하거나 돈을 쓸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며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저축성 예금으로만 쏠리는 기현상은 중국 경제가 이미 심각한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진단했다.
물가 지표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생산자물가 하락세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에 그쳤다. 1%를 밑도는 저물가 기조가 무려 20개월째 이어지며 '일본식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 트럼프 2기 관세 폭탄 예고⸱⸱⸱재정 부양책은 '글쎄'
설상가상으로 대외 환경은 더욱 악화일로다. 내년 출범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현실화할 경우, 중국 제조업이 입을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꺼내들어야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부양책 규모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큰 데다 실행 시기조차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전후로 예상돼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붕괴를 막고 적자 기업을 연명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국채 금리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는 중국 경제가 자력으로 회복할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한국 경제 '이중고'⸱⸱⸱위안화 약세·저가 밀어내기 공습
중국발 디플레이션 공포는 바다 건너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중국 국채 금리 급락은 필연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발하고, 이는 원화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실물 경제로의 전이 가능성이다.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 기업들이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헐값에 제품을 해외로 밀어내는 '디플레이션 수출(Exporting Deflation)'에 나설 경우,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은 가격 경쟁력에서 치명타를 입게 된다.
iM증권은 "가뜩이나 고금리·고물가로 국내 내수 부진이 심화한 상황에서, 중국발 저가 공세라는 외부 충격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중국 리스크가 한국의 수출 회복세를 제약하며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추가로 끌어내리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금융 시장 불안이 국내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 예결신문의 시각: '1.7%의 비명'⸱⸱⸱'차이나 윈터' 생존법은
중국 국채 금리의 1.7%대 붕괴는 단순한 지표 하락을 넘어 '중국식 고성장 모델'의 종언과 구조적인 '대차대조표 불황' 진입을 알리는 심정지 신호다. 자산 가치 하락에 직면한 중국 경제 주체들이 소비와 투자 대신 빚 갚기에만 몰두하면서, 돈을 풀어도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이 현실화된 것이다.
특히 '부자가 되기도 전에 늙어버리는(未富先老)' 인구 구조와 미·중 패권 경쟁이 겹친 중국의 현재는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훨씬 혹독하고 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중국 특수'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으며 이제는 중국이 내부 불황을 해소하기 위해 쏟아낼 '디플레이션 수출'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의 단기 부양책에 기댄 막연한 낙관론을 버리고 중국의 구조적 침체를 상수로 둔 채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시점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과감한 시장 다변화와 저가 공세가 통하지 않는 '초격차 기술' 확보만이 다가오는 '차이나 윈터'를 견뎌낼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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