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 지자체 부담만 ‘폭증’···재난관리기금 484억 지출
백도현 기자
| 2024-10-15 19:00:37
이상식 의원 “지자체 쌈짓돈으로 의료공백 메꾸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강구하라”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난 7개월간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투입된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이 5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한 데 따른 조치이나, 일각에서는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나 사회적 재난에 대비해야 할 기금이 의료 정책 갈등 비용으로 소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전국 지자체가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확정한 재난관리기금 총액은 약 10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44.8%인 약 484억원이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각종 재난의 예방과 복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자체가 매년 적립하는 법정 의무 기금이다. 통상적으로 지방세법에 따른 보통세 수입 결산액의 1%를 적립해 수해나 화재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한다.
당초 이 기금은 용처가 엄격히 제한됐으나, 행안부는 지난 9월 '의사 집단행동'을 사회적 재난으로 간주, 의료기관의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기금과 의무예치금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지역 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의 연장 진료 인건비, 당직 수당, 응급실 운영비 등에 해당 기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역별 집행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시가 약 326억원을 지출해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입했으며 ▲경기(50억원) ▲부산(21억 원) ▲충남(12억원) ▲대전(11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예산 편성액 대비 집행률은 대전과 전북이 100%를 기록했고, 서울(92.1%), 제주(77.1%), 세종(75.5%) 순으로 높았다.
문제는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재난 대응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 대란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금 소진에 대한 지자체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의 A 교수는 "당직비 지원 등으로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돈으로 남은 의료진의 번아웃을 막는 건 한계가 있다"며 "재난기금이 고갈된 이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지자체 비상금만 축내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처방"이라고 꼬집었다.
이상식 의원은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의료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본래 재난 대비 목적으로 마련된 지자체의 '비상금'이 소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역 균형 필수의료 체계를 재건하겠다는 의료개혁의 취지와 달리, 실제 비용 부담은 지자체에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는 지자체 기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비 지원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정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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