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자회사의 늪'에 빠진 4분기'⸱⸱⸱어닝 쇼크'의 본질과 과제
백도현 기자
| 2025-02-11 18:44:37
LG화학·에너지솔루션 동반 부진이 지주사 실적 끌어내려
LG CNS 상장으로 급한 불 껐지만···본업 경쟁력 회복이 '최우선 과제'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LG가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지주사 LG의 실적 부진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이슈가 아닌 LG화학,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그룹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주요 자회사들의 동반 부진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그리고 원가 부담이라는 '삼중고'가 LG 그룹 전체를 강타한 모양새다.
■ 지분법 손실 4700억 원⸱⸱⸱지주사 실적 갉아먹은 '자회사 리스크'
11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LG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79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27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연간 실적 역시 매출액 7조1901억원(-3%), 영업이익 9815억원(-38%)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실적 쇼크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지분법 손실'이다. 지주회사인 LG는 자회사들의 순손익을 지분율만큼 자신들의 실적(지분법 손익)으로 반영한다. 4분기 LG의 지분법 손실은 무려 4714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1071억원) 대비 적자 폭이 4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이는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오던 주력 계열사들이 지난 분기 사실상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대규모 손실을 냈음을 의미한다.
■ LG화학·에너지솔루션, 'EV 캐즘'과 '석유화학 불황' 직격탄
실적 악화의 진원지는 단연 LG화학이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8992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285억원의 흑자에서 수직 낙하한 수치다.
LG화학의 부진은 두 가지 악재가 겹친 탓이다. 첫째, 전통적인 수익원인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이 마진을 갉아먹었다. 둘째, 미래 성장 동력인 양극재 및 배터리 소재 사업이 '전기차 캐즘'의 영향권에 들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배터리 소재 주문이 급감했고, 이는 고스란히 실적 저하로 이어졌다.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영업손실 2255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유럽 및 북미 시장의 전기차 수요 회복 지연과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연동제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배터리 밸류체인'의 부진이 LG화학을 넘어 지주사 LG의 실적까지 끌어내린 셈이다.
■ LG전자, 외형은 버텼지만⸱⸱⸱비용 증가에 수익성 '와르르'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LG전자는 지난 4분기 713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전년(-764억원) 대비 10배 가까이 키웠다.
LG전자의 문제는 '비용 통제'의 실패와 '경쟁 심화'로 요약된다. 가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급증했고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물류비 상승이 수익성을 짓눌렀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며 제품을 팔아도 남는 게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특히 연말 성수기를 맞아 재고 소진을 위한 프로모션 비용이 대거 투입된 점도 수익성 악화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 2025년 반등 열쇠는? LG디스플레이 흑자 전환과 사업 재편
다만 시장에서는 올해 실적에 대해 '상저하고' 혹은 점진적인 개선을 기대하는 눈치다. 가장 큰 희망은 LG디스플레이의 반등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통해 적자 폭을 대폭 줄였으며 올해는 흑자 전환이 유력시된다. 아이패드 등 IT용 OLED 패널 공급 확대와 자동차용 전장 디스플레이 사업의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 개선은 지분법 이익을 통해 LG전자의 순이익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지주사 LG의 실적 호전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LG화학 또한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신성장 동력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전기차 시장의 회복 시점에 맞춰 설비 투자를 조절하는 등 유연한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회사 측이 밝힌 "단기 실적 변동성 최소화 및 중장기 성장성 확보"는 현재의 위기를 관리하며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LG CNS 상장, 그룹 재무구조와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
한편, 이번 실적 발표와 맞물려 주목해야 할 이슈는 IT 서비스 계열사 LG CNS의 상장이다. LG CNS는 지난 5일 코스피 시장에 데뷔했으나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하회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는 최근 위축된 공모주 시장 분위기와 LG 그룹 전반의 실적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LG CNS의 상장은 그룹 차원의 '실탄 확보'와 '지배구조 안정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구주 매출을 통해 재무적 투자자(FI)인 맥쿼리PE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의 발판을 마련했고 LG는 지분율이 44.96%로 줄었지만 여전히 확고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LG CNS가 AI 및 클라우드 전환 등 디지털 전환(DX)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면, 지주사 LG의 기업가치(NAV) 제고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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