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개발의 명암 ①] 신세계 논현동 부지 매입과 정책 발표의 기묘한 동행

백도현 기자

| 2025-05-08 18:34:37

서울시가 '지역 균형 발전'을 기치로 내걸고 추진 중인 역세권 활성화 사업이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신세계센트럴이 강남구 논현동 부지의 잔금을 완납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은 바로 그날,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사업 대상지로 전격 발표하면서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서울시가 '지역 균형 발전'을 기치로 내걸고 추진 중인 역세권 활성화 사업이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신세계센트럴이 강남구 논현동 부지의 잔금을 완납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은 바로 그날,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사업 대상지로 전격 발표하면서다.

이에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이 사업의 선정 과정과 규제 완화의 법리적 쟁점을 심층 취재했다.

■ 논현역 일대 부지 매입과 소유권 이전의 시차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운영사인 신세계센트럴은 2021년 5월 강남구 논현동 278-4 일원의 대규모 부지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지역은 7호선 논현역과 인접한 핵심 요지로, 당시 가구거리가 형성돼 있던 저이용 부지였다. 신세계 측은 해당 부지를 약 2000억원대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소유권 이전 시점이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세계센트럴은 2021년 12월 14일 잔금을 완납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시는 정확히 같은 날, '제4차 역세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논현역 일대를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업이 땅값을 모두 치르고 주인이 된 날, 해당 토지의 가치를 수배로 높여줄 정부의 개발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 내부 정보 유출 및 유착 의혹 정황
부동산 시행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간적 일치를 단순한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 역세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는 자치구의 신청을 받아 서울시 선정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시 공무원, 자치구 관계자, 외부 심의위원 등 다수의 인원이 관여하게 된다.

신세계 측이 잔금을 치르는 시점에 맞춰 발표가 이뤄진 것은 내부 정보가 사전에 공유됐거나, 발표 시점이 특정 기업의 자금 집행 일정에 맞춰 조정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서울시의회 임규호 의원은 2024년 하반기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대목을 강력하게 질타한 바 있다. 그는 "특정 대기업이 수천억 원의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마치는 바로 그날, 해당 토지의 가치를 수배로 높여줄 행정 발표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는 내부 정보의 공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며, 행정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어떤 협의가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책 원칙 실종과 강남권 편중
역세권 활성화 사업의 당초 목적은 '비강남권 저개발 지역의 균형 발전'이었다. 2020년 사업 도입 당시 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역세권을 고밀 개발해 지역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부터 강남권 핵심 요지들이 사업 대상지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특히 역세권 활성화 사업 범위가 기존 승강장 경계로부터 250m에서 350m으로 확대된 것도 논란의 한 축이다. 부동산 업계는 "해당 일정을 두고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전에 정보를 알고 접근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논현역 부지는 이미 지가가 최고 수준인 강남 한복판이다. 이곳에 막대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철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현재 시가 비강남권 우선 원칙을 파기하고 논현역 일대를 선정한 근거와 선정위원회 심의 과정의 적정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신세계센트럴이 매입한 논현동 부지 위치도 (그래픽=Daum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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