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삼성 베트남 실적 부진 ①] 흔들리는 생산 거점⸱⸱⸱9년 만의 최저 순이익 쇼크

백도현 기자

livekmin@hanmail.net | 2025-05-20 17:42:35

타이응우옌 법인 순이익 59.6% 폭락
매출 증가 대비 영업 효율성 저하 및 구조적 원가 부담 가중
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장. (사진=삼성전자)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삼성전자 글로벌 생산 전략의 핵심축인 베트남 법인이 설립 이후 최대의 수익성 위기에 직면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이 지난 2016년 '갤럭시 노트7' 사태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영 지표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베트남 내 최대 생산기지인 타이응우옌 법인(SEVT)의 실적 쇼크가 그룹 전체의 연결 실적을 압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 수익성 하락의 핵심 '타이응우옌' 법인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가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4대 주요 생산법인(SEVT, SEV, SDV, SEHC)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은 9660억원(약 15조5240억 동)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 기록한 1조5834억원의 순이익과 비교해 39%나 증발한 수치다.

2024년 1분기 당시 삼성 베트남 법인은 전년(2023년) 대비 순이익이 40%가량 급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특히 갤럭시 S24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SEVT 한 곳에서만 1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두는 등 견고한 수익 구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상황은 반전돼 1분기 합산 순이익 1조원 선이 붕괴되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진출 이후 1분기 합산 순이익 1조원 벽이 무너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실적 악화의 진원지는 타이응우옌성에 위치한 SEVT다. 이곳은 삼성전자 글로벌 스마트폰 물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최대 규모의 생산 기지다. SEVT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10조7530억원에 그쳤는데, 순이익은 38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6% 폭감했다. 베트남 전체 법인의 순이익 감소분(6170억원) 중 약 92%가 이 한 곳에서 발생한 셈이다. 스마트폰 출하량 유지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판매 둔화와 제조 원가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자료=삼선전자

■ 외형 성장과 수익성의 괴리⸱⸱⸱구조적 원인?
수치상 더욱 심각한 대목은 '외화내빈'형 구조의 고착화다. 4개 공장의 1분기 총매출은 22조8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약 8334억원)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 증가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순이익은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베트남 환경이 과거의 '저비용·고효율'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박닌 공장(SEV)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SEV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1.6%(약 6597억원) 증가하며 외형 확장을 주도했으나, 정작 순이익은 22.7%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법인(SDV) 역시 매출은 소폭 늘었음에도 순이익이 28.2% 하락했다. 4대 법인 중 호치민 가전 법인(SEHC)만이 프리미엄 제품군 호조에 힘입어 매출 20.5%, 순이익 66.8% 증가라는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으나 전체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 생산 법인들의 실적 부진은 단순히 수요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베트남 정부가 설정한 최저임금 인상과 전력 요금 인상 등 현지 운영 비용의 가파른 상승이 삼성전자가 그간 누려온 원가 절감 효과를 상쇄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타이응우옌성 당위원회와의 회의에서 설정한 연간 6% 성장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현재의 지표는 향후 투자 속도 조절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공급망 관리 비용 한계와 지역 경제 영향
삼성전자는 2008년부터 베트남에 총 224억 달러를 투입하며 현지 수출의 약 20%를 담당하는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1분기 실적에서 나타난 운영 효율성 저하는 베트남 정부에게도 큰 부담이다. 특히 박닌 공장이 가동 16년 만에 스마트폰 9억 대 생산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음에도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점에서 '포스트 베트남'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노이 R&D 센터를 거점으로 현지 인력 고도화와 공급망 국산화에 주력해온 삼성전자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매년 약 1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지해온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1분기 성적표를 바탕으로 향후 투자 우선순위를 재점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수익성 악화에 더해 7월 초 시행 예정인 미국의 '관세 폭탄'이라는 외부적 위기를 맞게 된다는 점이다. 내부적 효율성 저하와 대외적 통상 압박이라는 이중고가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산 지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전 세계 시선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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