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진단] '트럼프 트레이드' 변곡점 될까⸱⸱⸱"기대 없는 곳에 기회"
김용대 칼럼니스트
8timemin@hanmail.net | 2025-01-02 16:12:13
실적 하향 조정 마무리 국면⸱⸱⸱화학·철강·소매 등 '기대감 제로' 업종, 1분기 피난처?
[편집자 주] 이 기사는 한화투자증권의 시장 분석 리포트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으며 2025년 1월 글로벌 증시의 변곡점을 앞두고 단순 시황 전달을 넘어 과거 데이터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기사의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예결신문=김용대 위원]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의 취임식을 기점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부터 연말까지 글로벌 자금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맹목적으로 쫓으며 극심한 양극화를 보였지만, 이제는 과도했던 쏠림 현상이 되돌림(Unwinding) 과정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해 들어 증권가에서는 과거 트럼프 1기 시절인 2018년의 시장 흐름과 2025년의 환경을 정밀 비교하며 현재의 공포 심리가 오히려 저점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속전속결' 트럼프 학습효과…시장은 이미 '예습' 끝냈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한화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의 글로벌 증시는 철저히 '트럼프 트레이드'에 지배당했다. 11월 5일 대선 승리 이후 연말까지 미국 증시가 2.3% 상승하며 독주하는 동안 비(非)미국권 증시는 4.2% 하락했고 한국 코스피는 무려 6.4%나 주저앉았다. 미국 주식의 글로벌 비중은 불과 두 달 새 63.8%에서 65.7%로 급증했다.
금융시장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2017년의 '학습효과'가 자리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취임 이튿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사흘 뒤 멕시코 장벽 건설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속전속결로 공약을 이행했다. 이번 2기 역시 보편적 관세, 기후 규제 완화 등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권한으로 즉시 시행 가능한 정책들이 예고된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가격에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미국의 독주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2023년 기준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 세계 기업 순이익의 41.0%를 차지하지만, 시가총액 비중은 61.3%에 달해 이익 창출 능력 대비 주가가 20%포인트 이상 고평가된 상태다. 이는 트럼프 1기 출범 전인 2016년(시총 비중 53.2%, 순익 비중 37.9%)과 비교해도 과열 징후가 뚜렷하다.
■ 2018년의 악몽은 없다…2025년이 다른 3가지 이유
시장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대중국 관세 부과를 본격화했던 2018년처럼 미국 증시만 오르고 신흥국은 추락하는 시나리오를 우려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감세 효과의 축소 ▲경기 사이클의 위치 ▲환율의 선반영 등 세 가지 근거를 들어 "올해는 2018년과 다를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첫째, 기업 이익을 부양할 '세금 모멘텀'이 약하다. 2018년 당시 법인세율은 35%에서 21%로 대폭 낮아졌고 해외 이익 송환세 감면 조치까지 더해져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이끌었다. 반면 이번 2기의 법인세 인하 폭(21→15%)은 상대적으로 작고, 일회성 송환세 혜택도 부재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과거 수준을 넘어서긴 힘들 전망이다.
둘째,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다르다. 2018년은 주요국 경기가 고점을 찍고 하강하는 가운데 미국만 호황을 누리던 '디커플링' 시기였다. 하지만 현재는 중국 등 주요국 경기가 저점을 통과해 완만하게나마 반등을 모색하는 국면이다. 미국만 나 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다.
셋째, 환율 시장이 충격을 미리 흡수했다. 대선 직후부터 주요국 통화는 달러 대비 2~5%가량 약세를 보였다.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환율 절하가 사전에 상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실제 정책 시행 시 시장의 충격 강도를 낮추는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최악은 지났다"…1분기 투자 전략은 '역발상'
그렇다면 국내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주가는 바닥을 지났으나, 실적 눈높이 조정은 진행 중인 과도기"라고 진단하며 역설적으로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진 업종'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통상적인 주식시장의 조정은 '주가 하락 → 경기 하강 → 실적 전망 하향'의 순서로 진행된다. 한국 증시는 이미 주가 조정을 거쳤고 현재는 내년도 실적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되는 막바지 단계다. 2025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242조원에서 217조원으로 약 10% 낮아졌다.
과거 세 차례의 조정장(2012, 2018, 2022년)에서 평균 하향 폭이 35%였던 점을 감안하면 추가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 경기 연착륙과 중국 부양책 효과로 조정의 폭과 기간은 과거보다 얕고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은 "지금처럼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가 바닥일 때는 포트폴리오의 경기 민감도를 낮추는 방어적 전략보다, 악재가 반영되어 더 나빠질 게 없는 업종을 담는 공격적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헬스케어 등 방어주보다는 오히려 소외된 경기 민감주가 낫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투자 유망 업종으로는 ▲화학 ▲철강 ▲소매(유통) 섹터가 제시됐다. 이들은 2025년 예상 영업이익률이 2011년 이후 장기 평균보다도 낮아져 있어 밸류에이션 매력이 극대화된 상태다. 특히 이차전지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과 내수 소비 침체에 대한 비관론이 정점에 달한 지금이 역설적으로 장기 투자의 적기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은 모든 여건이 완벽해 보일 때가 아니라, 비관론이 팽배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보일 때 사야 한다"며 "올해 1분기는 국내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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