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ESG 경영···정유·석유화학 '빅5', 탄소 감축 실행력 '낙제점'
신세린 기자
beluga23@naver.com | 2024-12-16 12:55:51
업계 전체, 국제 기준에 한참 못미쳐
LG화학·롯데케미칼, 무상할당량이 실제배출량 초과(111% 이상), GS칼텍스·에쓰오일도 90% 이상…”온실가스 감축 요인 저해”
[예결신문=신세린 기자] 국내 5대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들이 앞다퉈 'ESG 경영'과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이행 수준은 글로벌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 부재와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제도의 허점이 맞물려 기업들의 '탄소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 SK이노베이션 1위·에쓰오일 최하위…"만점 기업 0곳"
16일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멈춰 선 탄소중립: 한국 석유화학기업의 길 잃은 약속'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 주요 5개사(SK이노베이션·LG화학·롯데케미칼·GS칼텍스·에쓰오일)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평가는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저감 계획 ▲에너지 전환 투자 ▲전 과정 평가(LCA) 전략 ▲탄소배출권 확보 ▲국제 지속가능성 인증(ISCC) 등 6개 항목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진행했다.
평가 결과 총점 30점 만점에 SK이노베이션이 24점으로 1위를 기록했고, LG화학(22점), 롯데케미칼(19점), GS칼텍스(16점)가 뒤를 이었다. 에쓰오일은 13점에 그치며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충격적인 사실은 5대 기업 중 그 어느 곳도 세부 평가 항목(5점 만점)에서 만점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위에 오른 SK이노베이션조차 'Scope 3(공급망 및 제품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 관리와 배출권 확보 전략에서는 점수를 땄으나 정작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투자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하위인 에쓰오일은 감축 계획 자체가 제한적이고, 필수적인 전 과정 평가 전략조차 부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 韓 온실가스 10% 배출하는데…구체적 로드맵 '실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820만 톤(CO2e)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6억5450만 톤)의 약 10%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 기업별로는 에쓰오일이 약 950만 톤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GS칼텍스(850만 톤)와 LG화학(800만 톤)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막대한 배출량에 비해 감축 의지가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기 크래커(Electric Cracker) 도입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공정 효율화 등 '기술적 해법'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기후솔루션 측은 "플라스틱 생산에 따른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2.24기가톤에 달하고 2050년까지 2배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세계 4위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구체적 계획 없이 말로만 탄소중립을 외치는 것은 국제 사회의 책임에서 회피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배출량보다 할당량이 더 많아"…제도적 허점
기업들의 감축 의지를 꺾는 구조적 원인으로는 '탄소배출권 무상할당제'가 지목됐다. 정부가 기업에게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공짜로 너무 많이 나눠주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 굳이 돈을 들여 온실가스를 줄일 유인이 사라진 셈이다.
실제로 보고서 분석 결과 SK에너지(101%), LG화학(111%), 롯데케미칼(112%)은 실제 배출량보다 정부로부터 받은 무상할당량이 더 많았다. 배출권을 사고팔아야 하는 거래제의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역시 무상할당 비율이 90%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퍼주기식' 할당이 기업들의 설비 투자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배출권 유상 할당 비율을 대폭 늘려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고 스스로 감축 기술 개발에 나서도록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 기술 투자 없인 '탄소 관세' 못 피한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실행 중심'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Scope 1~3 배출량의 투명한 공시와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LCA(전 과정 평가) 도입이 시급하다.
노진선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내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감축 전략은 이제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때"라며 "혁신 기술 투자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저탄소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향후 강화될 글로벌 탄소 무역 장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부 역시 기업의 자발적 노력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배출권 거래제 정상화 등 강력한 제도적 신호를 통해 산업계의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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