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잔혹사 끝났다···3년 다운사이클 종료 시그널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 2026-06-25 10:41:52

테슬라 유럽·아시아 판매 강세 및 미국 공장 재가동으로 업황 반등
유럽 '산업가속화법(IAA)' 반사수혜···'탈중국' 요구에 국내 셀 업체 점유율 회복 전망
AI 인프라 확장으로 ESS 고성장···우주 데이터센터 삼원계 배터리 독점 수혜
지루하게 이어지던 이차전지 산업의 침체기가 터널 끝에 도달했다. 지난 3년간 국내 배터리 업계를 짓눌러온 다운사이클이 종료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지루하게 이어지던 이차전지 산업의 침체기가 터널 끝에 도달했다. 지난 3년간 국내 배터리 업계를 짓눌러온 다운사이클이 종료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황 회복의 온기는 배터리 셀 제조업체에 먼저 집중되고 양극재 등 소재 업체로 확산하는 데는 다소 시차가 걸릴 전망이다. 

전기차 회복과 탈중국 규제…업황 반등 이끄는 4대 동력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의 다운사이클 종료를 가리키는 근거는 먼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의 유럽 및 아시아 지역 판매 강세다.

올해 5월 누적 기준 테슬라의 판매 성장률은 유럽에서 +45%, 아시아에서 +30%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112%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하반기 유럽 내 완전자율주행(FSD) 승인이 확대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을 끌어올릴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유럽의 강력한 친환경 규제와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회복이다. 유럽 내 주요 완성차 제조사(OEM)들은 벌금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판매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핵심 소재 5개를 역내에서 조달하도록 강제하는 '유럽 산업가속화법(IAA)'이 2027년 하반기 본격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배터리사들의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유럽 EV 시장 내 삼원계 비중은 70% 이상이며 차량 가격의 10% 안팎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한·중 간 삼원계 셀 가격 차이가 20% 내외임을 고려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중국산 셀을 채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삼성SDI가 메르세데스-벤츠의 각형 배터리 물량을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폭스바겐, BMW 등의 신규 수주가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재고 조정 마무리와 가동 중단 공장의 재가동도 전망을 밝게하는 요인이다. 보조금 중단 여파로 -30%대를 유지하던 미국 EV 시장의 역성장 폭은 최근 -20%대로 둔화했으며 하반기부터 가동을 멈췄던 공장들이 다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미국 ESS(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용량의 폭발적인 고성장이다. 올해 4월 누적 기준 미국 ESS 설치량은 전년 동기 대비 71% 급증했다. 강한 전방 수요와 더불어 투자세액공제(ITC) 및 생산세액공제(AMPC) 확보가 가능한 적격 공급률이 올해 82%, 내년 90%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돼 국내 기업들의 미국 현지 전환 투자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전환…ESS, 핵심 인프라로 부각
내년부터는 BESS(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가 단순한 전력 저장 수단을 넘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영토를 확장하게 된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루빈 울트라' 칩을 사용하는 AI 팩토리부터 800V DC 전력 아키텍처를 본격 도입하고 전력 계통 안정을 위해 ESS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미 엔비디아는 플루언스 에너지(Fluence Energy), 지멘스(Siemens) 등과 협업해 레퍼런스 디자인을 공개했다. 

이 설계 표준에 따르면 AI 팩토리 1개당 설비 용량은 136MW이며 2~3시간의 방전 듀레이션을 고려할 때 필요한 BESS 용량은 기당 200~300MWh 수준으로 파악된다. 루빈 울트라 패키지의 예상 판매량을 기준으로 추산한 AI 데이터센터용 BESS 수요는 2027년 1.9GWh에서 2028년 34.9GWh로 18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의 절반가량이 미국에 건설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의 투자세액공제(30~50%) 혜택을 받으려면 엄격한 PFE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현지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 셀 업체들에 수혜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올해 말 기준 미국 현지 ESS 생산 능력이 LG에너지솔루션은 60GWh 이상, 삼성SDI는 30GWh에 달해 동맹 관계가 확고해질 전망이다.  

출처: NH투자증권 자료 재구성

우주 시대 개막…'경량화 경쟁' 삼원계 배터리가 판도 주도
우주 항공 산업의 개막 역시 한국 배터리사들에게 거대한 신시장이다. 인공위성, 우주 발사체, 우주복 등에 탑재되는 우주용 배터리는 극단적인 기온 변화와 우주 방사선을 견뎌야 하므로 극도의 고내구성과 고신뢰성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무게가 곧 비용'인 우주 산업의 특성상 무게밀도(Wh/kg)가 높은 삼원계(NCM/NCA) 배터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배터리 팩 무게밀도(삼원계 250Wh/kg 대 LFP 160Wh/kg)와 팩 가격, 대형 발사체 스타쉽의 수십 회 재활용을 가정한 kg당 발사 비용(100/kg)을 종합 산정하면 우주로 배터리를 보내는 데 드는 총비용은 삼원계가 540/kWh, LFP가 710/kWh로 추정된다. 발사 비용이 24/kg 미만으로 급락하지 않는 한 삼원계 배터리의 경제적 우위와 가격 경쟁력은 깨지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내년 처음으로 발사될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는 태양광이 차단되는 음영구역(30분 방전, 방전심도 50% 기준)에서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1GW당 1GWh의 배터리를 필요로 한다.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은 2027년 1GW에서 2029년 10GW로 늘어나 향후 3년간 총 10GWh의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며, 궁극적인 목표인 100GW 달성 시에는 100GWh 규모의 시장이 열리게 된다.

NH투자증권은 "우주·안보 영역에서도 중국산 배터리는 철저히 배제될 궤도에 있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파나소닉 3사로의 수혜 집중이 확실시된다"고 전망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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