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캐피탈 불법 고금리에 계열사 횡령까지⸱⸱⸱신뢰 벼랑 끝 선 KB금융

백도현 기자

| 2025-04-09 18:48:03

KB캐피탈, 법정 최고금리 20% 초과 부과 적발⸱⸱⸱'전산 오류' 핑계 속 수백 명 부당 착취 피해
국민은행 배임부터 손보 횡령까지⸱⸱⸱KB금융그룹 계열사 전방위적 내부통제 시스템 붕괴 신호
"단순 실무진 과실 아닌 조직적 태만"⸱⸱⸱실효성 없는 내부통제에 경영진 책임론 강력 제기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KB캐피탈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 점검에서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초과해 이자를 부과한 불법 사례를 수백 건 적발했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딩금융' 타이틀이 무색해지고 있다. KB금융그룹 산하 계열사들이 법정 최고금리 위반이라는 기초적인 법규 준수 실패부터 수백억 원대 배임, 고객 예금 횡령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금융 사고의 늪에 빠졌다. 특히 서민 금융의 보루가 돼야 할 캐피탈사가 법정 상한선을 넘는 이자를 수취했다는 사실은 금융권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 법정 최고금리 비웃은 KB캐피탈, '시스템 오류'인가 '윤리 마비'인가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KB캐피탈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 점검에서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초과해 이자를 부과한 불법 사례를 수백 건 적발했다. 이번 점검은 20%가 넘는 살인적인 고금리를 적용받았다는 한 고객의 민원에서 시작됐다.

조사 결과 KB캐피탈이 부당하게 취득한 이자 수익은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민들이 급전이 필요해 찾는 캐피탈사에서, 그것도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계열사가 법이 정한 최후의 보루인 '20% 상한'을 넘겼다는 점은 단순한 기술적 실수라 하기엔 석연찮다. KB캐피탈 측은 "전산시스템상의 이자율 계산 로직 오류"라고 해명하며 환급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으나, 소비자 시선은 싸늘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의 전산 시스템은 매일 수조 원의 자금을 관리하는 핵심 자산인데, 이자율 계산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만약 민원인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KB캐피탈은 영구히 이 부당 이득을 챙겼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고⸱⸱⸱KB금융, '사고 공화국' 오명
문제는 KB금융그룹의 사고가 특정 계열사의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룹 전반에 걸쳐 도덕적 해이와 내부통제 부실이 독버섯처럼 번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KB국민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그야말로 기록적이다. 배임과 사기 등 10여 건의 사고로 발생한 피해액만 무려 694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 중 압도적인 1위라는 불명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는 세종시 전세 사기와 연루된 22억원 규모의 명의도용 사고가 터지며 은행의 본인 확인 절차에 구멍이 뚫렸음을 확인시켰다.

계열사 시너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고의 유형도 다양하다. KB손해보험에서는 직원이 고객들이 찾아가지 않은 미수령 해지환급금 14억원을 제집 드나들듯 빼돌려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고객들에게 배신감을 안겼다. 고객의 자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보험사마저 내부의 적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자료=금융감독원

■ "내부통제는 비용 아닌 생존의 문제" 경고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KB금융그룹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라고 진단한다. 거창한 ESG 경영과 윤리 강령을 외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수익 지상주의에 밀려 준법 감시 기능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법정 최고금리 위반은 금융회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이자 법적 하한선을 무너뜨린 중대 범죄"라며 "이를 단순한 전산 오류로 치부하는 것은 금융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또 "KB금융은 리딩금융이라는 권위만 누릴 뿐, 그에 걸맞은 책임 경영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배임과 횡령은 내부통제가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역시 경영진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그는 "대형 금융그룹에서 수백억 원대 사고가 연달아 터지는 것은 조직 문화 자체가 병들었다는 신호"라며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을 요구해도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는 것은 경영진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실무자에게만 전가할 것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거버넌스 실패로 규정하고 CEO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엄중한 책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잃어버린 신뢰⸱⸱⸱무너진 1등 금융의 자부심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다. 고객이 자신의 자산을 맡기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이유는 금융사가 최소한의 법과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그러나 KB금융은 현재 그 믿음을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위반으로 부당 이득을 취하고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며 수백억 대 배임 사고가 일상이 된 조직에 미래를 맡길 고객은 없다. KB금융이 진정한 리딩금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화려한 실적 잔치보다 무너진 내부통제의 기초부터 다시 쌓아 올리는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

전산 시스템의 알고리즘을 고치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훼손된 기업 윤리와 고객을 대하는 근본적인 자세를 고치는 일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안을 개별 계열사의 사고로 한정 짓지 말고, 그룹 전반의 내부통제 체계에 대한 고강도 정밀 진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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