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2024 결산 下] 이월⸱불용 어디서 발생했나⸱⸱⸱'관행'이 낳은 재정 공백
김지수 기자
kds7@biznews.or.kr | 2025-08-16 01:16:27
주차난 예측 실패하고 애꿎은 녹지 밀어⸱⸱⸱시의회 "땜질식 처방" 질타
3000억 복지 예산의 그늘⸱⸱⸱'임신부 요가'도 못 지킨 경직된 행정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구리시의 2024년 세출 결산액은 8063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외형적으로는 재정 지출을 확대해 지역 경제를 부양하려는 신호로 읽히지만 실상은 엇박자를 냈다.
16일 예결신문이 구리시의 2024년 세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시는 시민의 삶과 직결된 대형 인프라 사업 수백억 원의 예산을 해를 넘겼고 막대한 복지 예산은 경직성을 보였다.
■ 400억이 묶인 대형 사업
시 재정 운용의 가장 큰 문제는 대형 사업의 반복적 이월이다. 2024년 결산에서 확인된 이월금 846억원중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 도시개발과 건설 분야에 쏠려 있다.
특히 '전통시장 주차환경 개선사업(주차빌딩 건립)'은 279억9000만원을 집행하지 못했다. 주차난 해소는 상권 활성화의 핵심이지만, 보상 협의와 행정 절차가 지연되며 주민들의 비난을 샀다.
'갈매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 사업 역시 156억4000만원을 이월시켰다. 신도시 주민들의 핵심 민원인 문화·복지 인프라 구축이 거북이걸음을 하면서 행정 불신을 불렀다. 시 측은 "절차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이런 관행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이는 애초에 사업 계획 수립을 잘못 했거나 집행부의 행정력이 부재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 예측 실패가 부른 '녹지 훼손' 논란
도시 계획 분야에서는 수요 예측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도시의 '허파'를 잘라내는 무리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갈매 공공주택지구의 주차난이 심각해지자 시는 준공 5년이 지나 용도 변경이 가능해진 '완충 녹지'를 주차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애초에 주차 수요를 과소 추계한 정책 실패가 '환경 훼손'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러한 주먹구구식 행정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권봉수 위원은 "갈매 지구가 준공 5년이 지나 용도 변경을 할 수 있는데, 완충 녹지 일부분을 주차장으로 하는 용도 변경을 위한 용역인가?"라고 물었고 정은철 위원은 "거기는 현재 공원이 조성돼 있는 상태다. 주차장으로 바꾸면 과연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겠나. 공원도 하고 주차장도 하는 방안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3000억 복지 예산의 그늘과 행정 편의주의
사회복지 분야는 2999억원을 집행해 전체 일반회계의 41.7%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작 시민이 체감하는 소소한 복지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택보건지소 임신부 요가 교실 중단' 사태다. 시는 수택보건지소를 '건강생활지원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기존에 운영하던 임신부 요가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
이에 대해 관계 공무원은 "수택지소가 변경되면서 임신부 요가 교실을 중단하는 상황이 됐다"며 "민원인들에게 갈매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거대 복지 예산을 굴리는 지자체가 강사료 등 소액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지 못해 임신부들에게 원거리 이동을 강요한 셈이다. 이는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 "조달청 가격이 면죄부인가?"
예산 집행의 효율성 문제도 제기됐다. '시립도서관 장비 구매' 과정에서 시장 가격 조사 없이 관행적으로 조달청 단가를 적용한 것이 의회의 도마 위에 올랐다.
조달청 가격은 시중 최저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이경희 위원은 "강남구립도서관도 분명히 조달로 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가격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조달 가격만 믿지 말고 비교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시가 강남에서 쓰이는 고가 장비를 구매했다면 이는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소성변형 정비 공사'나 '자전거 도로 정비' 사업에서 본예산을 조기에 소진하고 추경에 손을 벌리는 행태 또한 '예산 과소 편성'이라는 기획 부실을 드러냈다.
시의 2024년 결산에 대해 재정 전문가와 의회 안팎에서는 "숫자로 잡히지 않는 기회비용의 손실이 막대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시의회에서는 "특히 녹지를 주차장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임기응변식 정책 변경은 예산 낭비뿐만 아니라 행정의 일관성을 해쳐 장기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경희 예결위원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조달 구매나 용역 발주에 대해 의회가 견제하지 않으면 예산은 눈먼 돈이 되기 십상"이라며 "이번 결산 승인을 통해 지적된 사항들이 내년도 본예산 편성 시스템에 즉각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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