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 2025 예산 분석] ② 필수 보건예산 외면⸱⸱⸱시의회 "토목공사·축제보다 사람이 먼저"
김지수 기자
kds7@biznews.or.kr | 2025-03-14 00:50:05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군포시가 산본 신도시 재정비와 버스 회사 지원에는 수백억원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벼랑 끝에 내몰린 시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예산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예산안 심사 현장에서 박상현 시의원은 "도로를 깔고 건물을 짓는 데는 수십억원을 주저 없이 쓰면서 사람을 살리는 예산이 이렇게 적어서야 되겠냐"며 이같이 지적했다.
14일 본지가 군포시의회 회의록과 부서별 세부 사업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시는 '도시 개발'과 '토목'이라는 거대 담론에 매몰돼 정작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보건'과 '농업' 분야의 민생 예산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도 축제 예산은 늘리고 필수 민생 예산은 쥐어짜는 시 예산의 불균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 "자살예방 예산이 고작 수천만 원?" 보건 행정의 현주소
올해 예산 심사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정신건강 예산 홀대론'이었다. 이태원 참사와 잇따른 묻지마 범죄 이후 사회적으로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됐지만, 시 예산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박상현 의원은 "군포시 자살률이 경기도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살예방 사업 예산은 고작 수천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자살 예방 센터의 전문 인력 확충과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예산이 투입되어야 함에도 시는 관련 예산을 소극적으로 편성했다"며 "이는 시가 시민의 생명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질타했다.
실제로 평택·송탄 보건소의 예산서를 확인한 결과,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 예산은 합쳐서 5.5억원에 그쳤다. 이는 상담 수요가 폭증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치매안심센터 운영 실태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동한 의원은 "약 11억원의 예산 중 대부분은 인건비와 기본 운영비이고 실질적인 치매 예방 프로그램 운영비는 제자리걸음"이라며 "하드웨어(센터)만 번듯하게 지어놓고 소프트웨어(프로그램)는 부실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 농민에겐 '푼돈', 건물엔 '목돈'⸱⸱⸱기울어진 운동장
농업 분야 예산에서도 '토건 중심'의 예산 배정 기조가 뚜렷했다. 농업정책과 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농어민 기회소득(142억원) 등 도비 매칭 사업을 제외하면 시 자체적인 농민 지원책은 빈약했다.
여성농어업인 행복바우처(2.5억원), 농가도우미 지원(1800만원) 등 농민 피부에 와닿는 직접 지원금은 소액인 반면, '농촌중심지 활성화(포승읍) 사업'에는 시설비로만 무려 60억원이 투입된다. 시는 농촌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예산의 쓰임새는 농민들의 영농 활동 지원보다는 건물 짓는 하드웨어 구축에 쏠려 있다. 현장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비료 지원이나 소형 농기계 지원 예산이 충분치 않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산본철쭉축제 등 행사성 예산은 긴축 기조 속에서도 전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일부 증액 편성됐다. 이우천 시의원은 "세수가 줄어 허리띠를 졸라맨다면서 축제 예산은 늘리는 것이 타당한가"라며 "선심성 행사 예산을 삭감해 난방비가 부족한 취약계층 지원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산본 재정비·금정역세권⸱⸱⸱"용역만 하다 끝나나"
시가 역점을 둔 '1기 신도시(산본) 재정비'와 '금정역세권 개발' 사업은 실행력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시는 이들 사업을 2025년 핵심 과제로 내세웠지만, 실제 예산 집행 내역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회의록에 따르면, 산본 재정비 선도지구 지정 관련 용역비와 금정역 환승센터 타당성 조사 용역비 등이 행정 절차 지연으로 인해 집행되지 못하고 이월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신경원 시의원은 "관련 용역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으나 실제 착공 등 가시적인 성과는 더디다"며 "시민들은 '희망 고문'에 지쳤다. 2025년에는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예산 편성 시 집행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불필요한 이월액 발생을 줄여야 한다"며 "예산은 잡아놨지만 실제 사업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허수 예산'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 잉여금 추적: "상하수도 돈 빼다가 일반회계 땜질"
특별회계 잉여금의 처리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상하수도사업소 예산서를 보면, 5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지출(일반회계 전출 등)이 편성됐다. 이는 상하수도 요금으로 거둔 수익을 상수도관 교체나 수질 개선 등 고유 목적에 쓰지 않고, 일반회계의 부족한 재원을 메우는 데 사용한다는 의미다.
이동한 시의원은 "상하수도 요금은 시민들이 깨끗한 물을 쓰기 위해 낸 돈이지, 시의 일반 살림살이에 보태 쓰라고 낸 세금이 아니다"라며 "이는 수도 행정의 건전성을 해치는 행위이자, 시민들이 납부한 요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꼼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장의 일반회계 구멍을 메우기 위해 미래의 안전을 담보 잡히는 위험한 돌려막기라는 지적이다.
■ 시의회, '축제 삭감·민생 증액' 칼 빼들어야
한 지방 재정 전문가는 "2025년 군포시 예산은 '1조 원'이라는 덩치에 비해 '사람의 온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며 "시의회 예결특위는 이번 심사에서 지적된 '철쭉축제' 등 행사성 예산을 과감히 삭감하고, 이를 자살예방·치매관리·취약계층 난방비 등 진짜 민생 예산으로 재배정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여주기식 사업과 관행적인 보조금을 걷어내고 그 빈자리를 시민들의 절박한 필요로 채우는 것, 그것만이 재정 위기 속에서 군포시가 가야 할 올바른 길"이라고 지적했다.
■ 간단 요약
• 시민 생명과 직결된 예산은 미미한 반면, 농촌중심지 활성화 등 하드웨어 사업에는 60억이 투입되는 등 예산 배분의 불균형이 심각
• 산본 재정비 등 대형 사업은 행정 절차 지연으로 용역비만 반복 편성되고 있어 이월 예산 발생에 따른
재정 효율성 저하 우려
• 상하수도 특별회계 잉여금 50억을 일반회계로 전용하는 등 편법적인 재정 운용이 포착
■ 출처
• 군포시 2025 예산서
• 시의회 회의록
• 부서별 세부 사업명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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