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이차전지 시장 재무건전성 격차 '확연'⸱⸱⸱국내 기업 과제는?

백도현 기자

| 2025-05-25 18:37:33

중국 셀 3사, 압도적 현금 보유량 및 수익성 지표로 한국 기업 대비 우위
국내 기업,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누적 및 이자 비용 부담 가중
외형 확장 중심서 내실 경영으로 전략 수정 및 재무 리스크 관리 필요
올 상반기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 현상이 장기화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정책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재무건전성 지표에서 한-중 기업 간 극명한 온도 차나 드러나고 있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기술력 싸움에서 '재무적 생존력'을 시험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올 상반기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 현상이 장기화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정책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이제는 기업의 미래 성장성보다 당장의 재무건전성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막대한 현금을 축적한 중국 기업들과 대규모 투자로 인한 차입금 부담이 커진 국내 기업 간 재무 격차가 투자 매력도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부상했다.

■ 재무건전성 지표, 한-중 기업 간 극명한 온도 차
25일 투자 업계 분석에 따르면,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순차입금 비율 등 핵심 재무 지표에서 중국의 CATL과 BYD가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CATL은 작년 말 기준 순현금 보유액이 약 220억 달러(한화 약 30조원)에 달하는 등 독보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보였다. 유동비율 역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위 BYD는 수직 계열화를 통한 원가 절감 효율 덕에 약 138억 달러의 순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 탓에 외부 조달 의존도가 급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잇따른 합작법인(JV) 설립에 따른 고정비 지출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부채비율이 118.9%까지 치솟으며 재무 건전성 리스크가 부각됐다. 시가총액 대비 순차입금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정유 및 화학 부문의 업황 부진이 겹치며 배터리 부문의 투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료=LS증권, 예결신문 재구성)

■ 수익성 지표 착시와 감가상각비의 회계적 함정
수익성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회계적 수치와 실질 현금 흐름 간 괴리에 직면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 수익성 비교에서 CATL은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 총자산이익률(ROA) 등 주요 6개 지표 중 5개 항목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한국 기업들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이 겉보기에는 견조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근 수년간 집행된 조 단위의 시설 투자가 감가상각비로 반영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회계상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인 감가상각비가 이익에 합산되는 EBITDA의 특성상 수치는 높아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은 중국 기업 대비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이런 '감가상각의 늪'은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는 캐즘 시기엔 더욱 치명적이다. 생산량이 목표치에 미달하더라도 막대한 고정비인 감가상각비는 매 분기 발생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실질 수익성은 중국 기업들에 비해 경기 변동에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한국 vs 중국 셀 3사 재무구조 점검’ 보고서'에서 "업황 약세 속에서 중국과 한국 주요 업체들의 재무 상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 업체들은 EBITDA 마진율이 다른 지표보다 낫게 나오는데, 이는 최근 몇 년간 집행된 높은 CAPEX에 따른 감가상각비 영향으로 판단된다. 수익성 전망치 면에서도 중국 3사에 대해 시장이 더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 이차전지 업체들은 매출 규모는 유지되고 있으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은 악화되는 추세이며, 이는 향후 경기 침체기나 예상치 못한 기술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매우 취약한 구조적 약점이 될 수 있다"며 "이제는 내실 경영과 질적 개선을 통한 장기 생존 전략을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지적한다.

■ 자금 조달 전략과 시장 신뢰 회복의 과제
자본 시장은 이 같은 재무적 불균형을 즉각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에 대한 증권가의 투자의견은 '적극 매수'보다 '유보(Hold)'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시장 가격과 목표가 사이의 괴리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이 제시하는 미래 성장 가능성보다 당면한 재무 리스크와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 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기업들의 투자 매력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미국 IRA 보조금(AMPC)의 실질적 수혜 폭과 정책의 지속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JV 운영 효율성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설비투자가 일단락되고 감가상각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현금 흐름을 관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