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료개혁에 흔들리는 건강보험 재정···보험료 중심 구조 한계 도달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 2026-06-21 18:33:31

올해 적자 전환 이어 2029년 누적 준비금 전액 소진 예상
한국 보험료 의존도 84.7%로 주요국 압도···생산인구 감소로 부과 기반 약화
일본·대만·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 조세 다변화 및 국고 책임 하한선 법제화로 대응
대한민국 건강보험 재정이 고령화에 따른 지출 급증과 정부의 의료개혁 재원 투입으로 인해 수년 내 고갈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현재와 같이 가입자의 근로소득 등에 매기는 보험료 수입에만 85% 가까이 의존하는 구조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초고령사회 진입의 충격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대한민국 건강보험 재정이 고령화에 따른 지출 급증과 정부의 의료개혁 재원 투입으로 인해 수년 내 고갈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현재와 같이 가입자의 근로소득 등에 매기는 보험료 수입에만 85% 가까이 의존하는 구조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초고령사회 진입의 충격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의 건강보험 재정 분석에 따르면 국고 지원의 안정성 확보와 준조세·목적세 도입을 통한 수입원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제기됐다. 

의료개혁 투재로 올해 적자 전환…3년 뒤 누적 준비금 바닥
예정처의 중장기 재정 추계(2026년 6월 전망 기준) 결과 의료개혁 1·2차 실행방안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및 의료이용 감소 등으로 잠시 일시적인 단기 흑자를 기록하며 쌓였던 누적 준비금은 올해 29조7000억원을 정점으로 매년 빠르게 소전될 전망이다. 

예정처는 누적 준비금이 오는 2029년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준비금이 고갈되는 2029년 당해연도 적자 규모는 9조4000억원에 이르며 구조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2035년에는 연간 재정수지 적자가 39조5000억원, 누적 적자는 136조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문제의 핵심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보험료 수입 의존도에 있다. 2024년 기준 한국 건강보험의 보험료 의존도는 84.7%로, 재정 압박을 분산하고 있는 해외 주요국들에 비해 기형적으로 높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로 보험료 부과 기반 자체는 갈수록 붕괴하는 데다 현행법상 보험료율 법정 상한이 8%로 묶여 있어 인상 여력마저 제한적인 실정이다.

실질 국고지원율 14.3% 그쳐…지원 조항 '일몰제' 불안
보험료 수입을 보완해야 할 정부지원금 역시 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일반회계와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합산해 연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3년(2023~2025년)간 실질 정부지원율은 평균 14.3%에 머물러 법정 기준인 20%를 밑돌았다. 게다가 국고 지원 규정 자체가 특정 기한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제(2027년 12월 31일 일몰 예정)'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제도적 불안정성이 상존한다.

보조 재원 역할을 하던 담배부담금마저 흡연율 감소 등에 따라 보험료 수입 대비 기여분이 2016년 4.0%에서 2025년 2.18%로 축소되는 추세여서 수입 측면의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나보포커스 제163호 해외 건강보험의 다른 선택' 자료 재구성 

조세화와 재원 다변화로 고령화 위기 극복한 해외 사례
예정처는 한국과 유사하게 사회보험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인구 고령화와 재정 압박을 먼저 경험한 일본, 대만, 프랑스 등의 사례를 통해 재원 구조의 '조세화(Fiscalisation)'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 국가는 한국보다 보험료 의존도가 현저히 낮고 준조세나 국가 책임 재원의 비중이 높다. 

사회비용추계과 임슬기 분석관은 "해외 주요국들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라는 손쉬운 길 대신 자본소득이나 대안적 소비 항목에 사회보장세를 부과하는 등 재원 조달 경로를 다변화해 가입자의 소득 변동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경우 2024년 기준 정부지원금(준조세 포함) 비중이 55%에 달하며 보험료 의존도는 36.7%에 불과하다. 특히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를 전면 폐지하는 대신 근로소득은 물론 연금, 자본소득, 도박수입 등 전방위적 소득원에 부과하는 사회보장분담금(CSG)을 도입했다.

알코올, 담배뿐만 아니라 청량음료, 에너지음료 등 건강 위해 품목으로 과세 대상을 넓힌 사회보장목적세(ITAF)의 비중도 30.4%에 이른다. 

대만은 정부의 연간 총 부담액이 전체 건강보험 예산의 최소 36% 이상이 되도록 법률로 명문화해 국고 지원의 하한선을 확보했다. 또한 보수 외 소득(대규모 보너스, 주식 배당금, 이자 및 임대소득 등)에 하한선 없이 추가보험료를 부과하고 복권수입부담금을 자원으로 끌어다 쓴다.

일본은 고령자 의료비를 아예 별도 회계(후기고령자의료제도)로 분리하고 재정의 절반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소비세 등을 바탕으로 조달한 조세로 전액 책임지는 구조를 확립했다. 

예정처는 국내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부지원금의 구조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처럼 국고 지원 하한률을 예산 대비 일정 비율로 명문화하고 미달 시 부족분 보전 의무를 법제화하는 조치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프랑스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건강보험 지출을 유발하는 특정 소비 항목(가당음료 등)에 대한 부담금 부과나 근로소득 외 자본·비근로 소득에 대한 부과 기반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할 선결 과제로 꼽았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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