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표방 춘천 삼부르네상스, 부실시공에 입주 '하세월'⸱⸱⸱우크라이나 재건 '언감생심'
백도현 기자
| 2024-10-31 20:14:19
완전자본잠식 위기에 '정치 테마주' 의혹까지⸱⸱⸱총체적 난국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분양 당시 3.3㎡당 2000만원이 넘는 고분양가와 고급 특화 설계로 주목받았던 강원도 춘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 아파트가 심각한 하자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단지는 3층 복층 구조와 독립 테라스 등 차별화된 설계로 분양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입주 예정일이 석 달 넘게 지났음에도 부실시공 문제로 준공 승인이 불투명해지면서 입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31일 입주 예정자 협의회는 "사전 점검에서 드러난 현장은 '명품 아파트'와는 거리가 멀었다"며 날을 세웠다.
입주 예정자들이 공개한 현장 사진과 영상에는 ▲우천 시 바닥 물고임 현상 ▲마감재 이음새 벌어짐 및 수평 불량 ▲창호 뒤틀림으로 인한 개폐 불가 등 주거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하자가 다수 발견됐다.
■ 市 "하자 보수 없이 준공 불가" 강경 입장…감리업체 고발
시공사인 삼부토건은 입주 후 보수를 진행하겠다며 임시 사용승인을 신청했으나, 입주 예정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들은 집회를 열고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없이 입주는 불가하다"며 춘천시의 준공 승인 거부를 촉구했다.
이에 시는 이날 "철저한 하자 보수 없이는 준공 승인을 내줄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공사 현장 감리업체를 '감리 소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해당 단지는 당초 지난 7월 말 입주 예정이었으나 거듭된 공기 지연으로 현재까지 입주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 삼부토건, 완전자본잠식 공포…'감사 의견 거절'로 퇴출 위기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시공사인 삼부토건의 심각한 자금난을 지목한다. 실제로 해당 현장에서는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하는 등 자금 경색 징후가 뚜렷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2020년 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영업손실은 ▲2021년 43억원 ▲2022년 808억원 ▲2023년 781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올 상반기에도 410억원의 적자를 냈다.
재무 건전성도 위험 수위다. 부채비율은 2022년 161%에서 올 상반기 621%로 치솟았다. 자본금은 2022년 말 2120억원에서 올 상반기 616억원으로 급감해 완전자본잠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계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지난 8월 삼일회계법인은 삼부토건의 상반기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 거절'을 표명했다. 감사인은 "경영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삼부토건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주식 매매 거래를 정지시킨 상태다.
■ '이종호 톡방' 등 정치권 의혹 확산…개미들만 '폭탄 돌리기'
삼부토건은 재무적 위기뿐만 아니라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도 서 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전후로 주가가 급등하며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분류됐으나, 그 배경에 시세 조종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포함된 단체 대화방에서 "내일 삼부 체크하고"라는 메시지가 오간 사실이 드러나며 야권을 중심으로 '정권 유착설'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위험한 베팅'은 계속되고 있다. 31일 기준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2억원, 143억원을 순매도하며 탈출에 나선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217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 32곳의 퀀트 재무 분석 결과 삼부토건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며 "펀더멘털이 훼손되고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은 기업에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하는 것은 '폭탄 돌리기'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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